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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이슈 로봇이 온다

서비스봇부터 산업용까지… 이재용·정의선·구광모 ‘재계 톱3 로봇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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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최근 너도나도 눈독을 들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로봇’이다. 우리나라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연초 첫 투자처로 선택한 곳도 협동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였다. LG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로봇 사업에 일찌감치 발을 들였다. 그만큼 로봇 시장이 유망하고,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로봇 시장에 진출하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올해 첫 투자처를 레인보우로보틱스로 삼은 게 대표적인 행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1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59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서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율은 약 10.3%가 됐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레인보우로보틱스 보통주 91만3936주를 주당 3만400원에 장외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주식 매입 금액은 약 278억원이다. 거래 상대방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 주주인 오준호 최고기술경영자(CTO) 등 6명이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율은 10.22%(194만200주)에서 14.99%(285만4136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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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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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니어 보조로봇 직접 개발
이번 공시의 의미는 남다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번 계약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 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고 평가한다. 이번 계약에는 삼성전자가 6년 내 최대 주주 등을 대상으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가 개인 최대 주주인 오 CTO 등 7명에게 보유 주식 전량을 넘기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콜옵션 행사로 이들의 지분 전량(855만439주)을 얻을 경우 삼성전자 지분율은 59.94%가 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점찍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어떤 기업일까.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을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협동로봇이란 공장 등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일할 수 있는 작은 로봇을 말한다. 이 회사의 협동로봇인 ‘RB 시리즈’는 사람 팔처럼 생겨 반복 작업이나 위험한 생산설비에 사람 대신 투입될 수 있다. 대형 로봇과 달리 부피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공장과 물류창고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 회사는 2011년 KAIST 휴머노이드 로봇센터 연구원들이 세웠다. 로봇 연구에 진심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꾸린 회사다. 세계 최초로 상업화한 이족보행로봇 ‘휴보2’도 레인보우로보틱스 손을 거쳤다. 삼성전자를 뒤에 업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 숌버그에 해외법인을 세웠다. 협동로봇 판매와 고객서비스(AS) 관리 조직을 구축해 미국 영업을 준비하려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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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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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기술력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 외에도 직접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선 올해 안에 시니어 보조로봇인 ‘EX1’을 출시하는 게 목표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연내 EX1 출시 계획을 밝히며 “로봇 사업은 삼성전자의 신성장 동력으로 지속해서 로봇에 투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주총회에서도 한 부회장은 “향후 본격화할 로봇 시대에 대한 선제 대응을 강화하겠다”라며 “다양한 로봇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강화하고 고객 생활에서 유용함을 체험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로봇 사업을 위해 삼성전자는 인재 양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카이스트에 ‘삼성전자 로보틱스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카이스트 로봇공학학제전공에 지원한 학생들 가운데 매년 장학생 10명을 선발한다. 장학생 전원은 등록금을 비롯해 졸업 때까지 매달 학비보조금을 지원받고, 졸업한 뒤엔 삼성전자에 입사한다.

LG전자도 로봇에 진심인 곳이다. 구광모 LG 회장이 일찌감치 로봇을 새 먹거리로 꼽고 과감히 투자해왔다. 구 회장은 2018년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를 인수했고, 이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SG로보틱스,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티즈, 미국 로봇 개발업체 보사노바 등에 투자했다.

LG전자 로봇 사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서비스로봇 브랜드인 LG클로이가 있다. LG전자 내 BS사업본부가 클로이 브랜드를 담당한다. 특히 LG전자는 기존에 자회사 로보스타에서 만들던 클로이를 지난해 말부터 구미사업장 A1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주요 공장에서 로봇을 본격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업계에선 해석했다.

LG전자는 현재 ‘가이드봇’과 물건 배송을 담당하는 ‘서브봇(서랍·선반형)’, ‘캐리봇’, 살균로봇인 ‘UV-C봇’ 등 5종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성능과 편의성을 높인 3세대 LG 클로이 서브봇이 나왔다. 3세대 클로이는 라이다 센서와 3D 카메라로 공간을 인식하고, 자동문도 스스로 통과할 수 있다. 로봇 간 통신이 가능해 10대 이상의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움직일 수 있다. 고객을 위한 다양한 기능도 추가됐다. 클로이에 탑재된 CMS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손쉽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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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서비스봇 ‘클로이’로 시장 공략
LG전자는 클로이 외에 산업용 로봇에도 힘주고 있다. 2018년 자회사로 편입된 로보스타가 산업용 로봇을 개발·생산한다. 로보스타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제조 공장에 쓰이는 수직 다관절 로봇 등을 만든다.

해외 진출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일본과 미국 식당, 마트 등에 클로이 서브봇이 도입됐다. LG전자는 같은 해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차세대 물류로봇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물류로봇 시장에서 단순히 제조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물류 거점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라스트 마일’ 전반에 걸친 물류 솔루션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새 먹거리로 ‘로보틱스’를 점찍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로보틱스는 ‘로봇’과 ‘테크닉스’의 합성어다. 실생활에 로봇을 도입해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현대차 2025 전략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5년까지 로봇 분야에 1조5000억원 상당을 투자한다.

현대차는 2021년 6월 미국 로봇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공식 인수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4종 보행 로봇 ‘스팟’과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 등을 개발한 기업이다. 스팟은 센서와 카메라가 탑재돼 고온 등 극한 환경이나 방사능 오염 지역 등에서 임무를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웨어러블 로봇 ‘벡스’와 서비스로봇인 ‘달이’도 내놨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선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용자 이동 경험을 혁신적으로 늘려주는 ‘메타 모빌리티’, 인간을 위한 ‘지능형 로봇’ 등이 주요 골자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로보틱스는 더 이상 머나먼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현대차는 로보틱스로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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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클로이 가이드봇이 고객에게 호텔 로비에 전시된 예술작품을 해설하는 도슨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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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경우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로봇 사업을 펼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최대 협동로봇 기업이다. 2018년 처음 로봇을 내놓은 이후 성장세가 가파르다. 협동로봇 시장에선 한화그룹의 한화정밀기계, HD현대의 현대로보틱스 등도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잇따라 로봇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제조로봇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이슈와 코로나19로 선진국에서 제조업 리쇼어링이 화두”라며 “해당 지역 인력 현황과 인건비 수준을 감안하면 로봇 산업 발전이 필수”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특히 공장에서 로봇 활용도가 높아 중소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로봇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서비스로봇도 미래가 유망한 시장이다. 우선 저출산과 고령화로 심화될 노동력 부족 문제를 풀 열쇠로 로봇이 꼽힌다. 다양한 산업과 연관성이 높아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큰 점도 로봇의 장점이다. 시장조사 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지난해 3억6000만달러(약 4745억원) 수준이던 서비스로봇 시장은 2026년 10억3000만달러(약 1조3575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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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치킨은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으로 로봇 솔루션을 개발해 가맹점 13곳에 도입했다.


최근에는 제조업은 물론이고 건설업계도 로봇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최근 ‘건설로봇 분야 에코 시스템 구축 및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건설 로봇 분야 생태계를 구축하고, 로봇을 공동 개발한다. 업계에선 라이벌인 두 회사가 국내 건설현장의 고령화와 안전규제 강화 등 현안을 해결하려 손을 잡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자동차, IT 기업도 로봇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이후 새로운 먹거리로 로봇을 점찍었다. 키 172㎝에 몸무게 56㎏인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은 시속 8㎞로 이동하며 20㎏ 상당 짐을 옮길 수 있으며 2024~2025년 양산이 목표다.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은 소비자용 로봇 사업에 진출하려 산업혁신펀드를 조성하고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선 도요타가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배송 로봇, 가정용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2025년께 후지산 인근에 조성될 도시에서 도요타 직원들이 직접 머물며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을 검증한다.

[이새하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2호 (2023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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