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열리는 브로드컴 관련 공정위 전원회의에 퀄컴 측 인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퀄컴 측이 삼성전자 측 증인으로 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 등에 필수로 들어가는 부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하면서 3년 장기 계약을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조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해 브로드컴은 피해 업계에 200억원 규모 상생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자진시정(동의의결)안을 내놨다. 이번 전원회의는 브로드컴이 제출한 안을 공정위가 최종적으로 수용할지, 말지를 가리는 자리다. 동의의결이 확정되면 사건은 종결되고, 브로드컴은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이 제시한 200억원 상생기금은 실제 피해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며 동의의결안에 반대하고 있다.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이 추가되거나 과징금 부과 같은 실질적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최종 심의할 공정위 전원회의에 퀄컴 측도 참여해 삼성전자에 힘을 보탠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격이다. 애초에 브로드컴을 공정위에 신고한 것도 삼성전자가 아닌 퀄컴이었다. 브로드컴의 장기 독점 계약 강요로 자사 제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복수전’ 성격도 있다. 브로드컴은 리베이트를 문제 삼아 퀄컴을 공정위에 신고한 전적이 있다. 이 때문에 2009년 퀄컴은 200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브로드컴은 2017년 퀄컴 인수를 추진했다가 미 당국 반대에 부딪혀 접기도 했다.
이번에 한 편이 된 퀄컴과 삼성전자 사이도 남다르다. 퀄컴은 삼성전자 등에 부품을 팔면서 특허권을 무기로 과도한 수수료를 챙겨 문제가 됐다. 2017년 공정위는 이런 혐의를 잡아 퀄컴에 1조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6년이 넘는 법정 다툼 끝에 지난달 대법원은 1조원대 과징금을 확정 지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두 회사는 최근 협력 관계를 확대하는 중이다. 올해 2월 삼성전자는 퀄컴·구글과 손잡고 확장현실(XR) 기기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갑질과 협력, 공정위 신고·조사로 얽혀있는 이들 3사의 인연은 무한 경쟁 속에 있는 반도체 업계 현실을 반영한다.
세종=조현숙·김기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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