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습 감행
지난달 27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의사당 앞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편'을 지지하는 집회에서 극우파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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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연립정부와 유럽연합(EU)의 관계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경화된 정권'으로 불리는 현 연정의 출범 이후 종종 마찰을 빚었는데, 급기야 EU가 이스라엘 극우파를 대표하는 현직 장관의 유럽 관련 행사 참석 소식을 듣자 아예 해당 일정을 취소해 버린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셈이다.
이스라엘 "국제기구가 재갈 물리는 '개그'한다" 비난
지난달 25일 벤-그비르(가운데)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베에르세바 군묘지에서 열린 '전사자 추모의 날'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베에르세바=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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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EU는 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유럽의 날' 기념식을 돌연 취소했다. EU 설립의 기초가 된 1950년 '프랑스 선언'을 기념하는 행사에 이스라엘 정부 대표로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참석하기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이다. EU 대표단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우리가 지지하는 평화의 가치와 반대되는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연설 기회를 제공하고 싶지 않아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벤-그비르 장관은 "EU의 행동이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당초 EU의 중동 평화 중재 기조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려 했던 그는 "민주주의와 다문화주의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국제기구가 (특정인에게) 비외교적 재갈을 물리는 '개그'를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EU를 직격했다.
전통의 우방 관계였던 양측의 갈등은 작년 12월 이스라엘 '초극우 연정' 출범에 기인한다. 2009년부터 12년간 총리로 재임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2021년 6월 실각 이후 1년 반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극우 정당 3곳을 규합한 탓에 이들의 목소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정반대인 정치적 지향점을 가진 EU와 이스라엘은 사사건건 대립하게 됐다.
9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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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날 행사 취소, EU 최고 수뇌부 결정"
특히 EU 입장에선 벤-그비르 장관이 최대 기피 인물이다. 현 연정의 최대 지분을 가진 '오츠마 예후디트' 당 대표인 그의 최종 목표는 '유대인만의 국가 건설'이다. 이를 위해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의 자치권 박탈 △이스라엘 병사의 팔레스타인인 총격에 대한 처벌 면제 등까지 주장한다.
반면, EU는 대화와 협상에 기초한 평화안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7일 EU는 극우파가 요르단 서안 팔레스타인 거주지 학교를 일방 철거하자,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CNN은 '유럽의 날' 행사 취소에 대해 "팔레스타인 학교 사태 등을 고려한 EU 최고 수뇌부의 결정"이라고 전했다.
EU의 민감한 반응에도 이스라엘은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이스라엘군은 9일 항공기 40대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가자지구 내 거점을 공습했다. 칼릴 바히티니 사령관 등 3명의 지하드 고위 관계자가 사살됐고, 지하드의 로켓 생산시설 등 10곳도 파괴됐다고 이스라엘 정부는 밝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부는 "사령관 숙소 공격이라는 이유로, 가자지구 민간인 거주 아파트 건물과 주택 등에 포탄을 퍼부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12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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