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양회동 지대장의 형(왼쪽)이 9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농성 중인 송진영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을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김세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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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위로받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고 양회동 건설노조 지대장의 부인)
“지금은 어쩔 수 없어요. 지금은 서로 위로할 여력도 없겠지만…. 우리는 여럿인데 혼자시잖아요. 앞으로 만나면 서로 위로할 기회가 많을 거예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박가영양 어머니 최성미씨)
노동절에 분신해 사망한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지대장의 유가족들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9일 만났다. 고 양 지대장의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농성 중인 이태원 참사 유족을 찾았다. 양 지대장의 형은 이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가 있고 마음으로만 안타깝게 생각하다가 지금에서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송진영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가족을 잃은 아픔은 같은 유가족만 알 수 있는 아픔이다.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양 열사에게 중학생 자식이 있다 들었는데 어제가 어버이날이었지 않나. 그 아이들은 카네이션을 달아줄 부모님을 잃었고 우리는 반대로 자식을 잃었다.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우리도 처음에는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다가 활동가분들과 만나면서 정신을 차렸다. 앞으로 같이 힘을 합쳐 정부의 잘못된 행태를 고쳐나가자”고 했다.
양 지대장의 아내는 “아이들이 있으니 (슬픔을) 내색하기도 힘들고 감정을 감춰야 하더라. 그래서 웬만하면 울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계속 말을 붙여주고, 아이들이 참아주니까 나도 참아내고 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최성미씨는 “나도 마음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애들 때문에 힘내야 한다’는 생각이 버거울 때가 있었다”며 “남은 자식을 봐서라도 웃어야 하고 밥 차려주고 하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그게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마냥 어린 것 같고, 상처를 크게 받았을까 봐 노심초사했는데 다들 이겨내는 힘이 있더라. 애들을 믿으시라”고 조언했다.
최씨는 양 지대장의 부인에게 “나도 처음에는 ‘힘내라’ ‘밥 먹어’라고 하는 말이 참 듣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래야 싸울 수 있다”며 “유가족협의회에 남편을 잃은 분, 딸을 잃은 분이 있다. 우리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혼자 울지 말고, 힘들 때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로 오시라. 거기 혼자 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다른 게 연대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게 연대”라고 했다.
송 대표 직무대행은 “양 열사의 죽음이 노동 현장에서 수많은 죽음을 해결하기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양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연대의 뜻으로 양 지대장 유가족의 옷에 이태원 참사 추모 배지를 달아줬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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