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키운 용산경찰...“인파 예상했지만 대책 안 세워”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키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에 대한 첫 재판이 진행됐다. 핼러윈 당일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발언과 상황 보고서에 적힌 현장 도착 시각에 경찰서장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근무자의 증언 등이 나왔다.

8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 등 5명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이 전 서장에게는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도 적용됐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정현욱 용산경찰서 운영지원팀장은 “핼러윈 다중 인파는 용산서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사람이 밀집했지만 다중 인파 조심이라기보다 치안 유지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즉, 핼러윈 당일 이태원 일대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인지했음에도 사고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는 것이다. 또 신고 전화에도 경비 기동대 배치와 도로 통제 등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우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우선 긴급출동인 코드제로 하달 여부에 대해서는 현장을 통제하느라 시끄러워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무전 녹취록에 담긴 오후 10시 35분께 가용 인력을 모두 지원해 달라는 인력 충원 요청 정도만 들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장에 비해 조용했던 이태원파출소와 무전기가 설치된 관용차량 등에서는 압사 위험을 경고한 무전 소리가 잘 들렸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상황보고문건에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이 실제와 다르게 허위로 기재된 부분을 목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전 서장이 오후 10시 17분께 현장에 도착했다고 알려졌지만 그 시간에 이 전 서장과 현장에서 마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사 기관은 이 전 시장의 현장 도착 시간을 오후 11시 5분께로 추정했다.

정 팀장은 “경찰 조치 사항들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보고서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시간 부분을 삭제한 뒤 보고서를 마저 작성했다”며 “과거 사건들에서 이런 부분이 항상 문제가 돼 왔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면 차라리 안 쓰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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