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상사가 신입사원에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다른 남성 직원과 사귀어보라고 했다가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습니다. 거절 의사를 표했는데도 계속해서 같은 취지의 말을 반복했는데, 법원은 성적 표현은 없더라도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상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21년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25년 차 남성 간부 A 씨는 옆 부서 직원들과 점심 자리에서 신입사원인 여성 B 씨가 사는 곳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A 씨는 초면이던 B 씨에게 B 씨보다 20살가량 나이가 많은 다른 부서 남성 직원도 근처에 산다며 "둘이 잘 맞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A 씨는 치킨을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B 씨가 그렇다고 하자 해당 남성 직원도 치킨을 좋아한다며 같은 취지의 말을 반복했습니다.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것 같다"는 B 씨의 완곡한 거부 의사 표시에도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 돼?"라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B 씨의 문제 제기에 A 씨는 근신 3일의 징계를 받았고, B 씨는 이 일로 정신과 치료에 휴직까지 하게 됐다며 A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심 재판부 모두 A 씨 발언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고, 최근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근속연수가 20년 넘게 차이 나는 두 사람이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했다고 보기 어렵고, 다른 직원들도 동석한 상황에서 B 씨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김수현/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 돈 많은 남성이면 그 남성이 어떠하든 젊은 여성이 남성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지 않겠냐라는 취지로 말한 건데요.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과 그런 사회 구조로 인해서 성인지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발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A 씨 측은 미혼인 남자 동료에 관한 농담에 불과했고 성적인 언동이 아니라는 입장을 폈지만, 재판부는 성적 동기나 의도, 음란한 표현이 없더라도 사회 통념상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언행도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