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학살 행위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가 12년만에 아랍연맹(AL)에 복귀했다. 7일(현지시간) 아랍연맹 회원국 외교 수장들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회의에서 22개 회원국 중 13개 국가의 찬성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E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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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국제사회에서 독재자이자 학살자로 지목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가 12년만에 아랍연맹(AL)에 복귀했다. 미국과 서방이 오랜 시간 제재를 통해 외교적·경제적으로 고립시켜 온 아사드 대통령의 국제 무대 복귀가 현실화되면서, 중동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 위축이 또 한번 드러났다는 평가다.
7일(현지시간) 아랍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아랍연맹 회원국 외교수장들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의를 열고 시리아의 복귀에 22개 회원국 중 13개 국가가 찬성했다.
시리아 정부는 이 회의에서 아랍연맹 복귀와 함께 내전과 난민, 테러 문제 등에 연맹 회원국과 공동으로 노력하고, 정치적 방법으로 내전을 종결할 것을 약속했다. 회원국들은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시리아는 지난 2011년 아사드 정부가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잔혹하게 진압하면서 아랍연맹에서 퇴출당했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도 시리아의 유혈사태가 장기화하자 자산동결과 수출입 금지 등 경제 제재를 강화하며 시리아를 압박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미국은 2012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시리아와 국교를 단절한 데 이어 지난 2020년 추가 경제 제재를 발표했다. 당시 미국은 아사드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가족과 정권 관계자, 정권을 지원하는 제3자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금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아사드 정권이 내전 종결을 위한 평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공정한 자유 선거를 통해 독재 정권의 고리를 끊는 데 동의하기 전까지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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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사드 대통령을 고립시키기 위한 서방의 노력은 이날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로 사실상 무색해진 모습이다. 외신들은 올해 초 중국의 중재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관계가 정상화되며 기존 ‘미국 중심’의 중동 외교 지형의 변화를 알린 가운데, 최근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조치 등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상실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사드 대통령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이 복잡해졌다”면서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아랍연맹의 이번 결정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성명을 통해 “시리아에 대한 (아랍연맹의) 접근방식에 회의적”이라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시리아 내전에 대한 정치적 해결을 도출하는 것을 포함해 궁극적으로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NSC는 “미국은 (시리아에 대한) 핵심 제재 원칙을 지킬 것이며, 우리의 제재가 완전히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외교부의 타리크 아흐마드 중동 담당 국무상은 “아사드 정권은 무고한 시리아인들을 계속 구금하고, 고문하고 살해하고 있다”면서 “영국은 여전히 아사드 정권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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