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어린이날, 전국에 내린 비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송씨처럼 이중고, 삼중고를 겪었다. ‘광클’ 끝에 힘들게 예약한 야외 활동도 취소해야 했고 환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게다가 잔뜩 기대하고 있던 아이들을 달랠 대안도 급하게 마련해야 했다.
어린이날인 5일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에서 우산과 우의 차림의 가족 단위 탐방객들이 궂은 날씨에도 휴일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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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된 5일부터 이틀간 수도권 30~100mm, 제주시 최대 300mm 등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혹시나 날씨가 바뀔까 기대하며 애써 예약한 야외 행사나 캠핑 예약 등을 취소하지 않고 기다렸던 부모들도 결국 계획을 급하게 수정해야 했다. 업계에 따르면 어린이날 2~3일 전부터 야외 행사나 숙소 등의 취소 요청이 이어졌고, 이들 대부분은 결제 금액의 20~30% 정도밖에 돌려받지 못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임모(42)씨는 “그냥 노쇼를 한 것도 아닌데 수십만원을 날리게 되니 씁쓸하다”며 “아이들과 갈만한 곳도 많지 않고 그나마 괜찮은 곳들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니 예약 취소 시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안내가 있어도 예약을 안 할 수가 없다. 아이 둔 부모들은 누구나, 해마다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인 5일 한 어린이가 서울광장에 설치된 핑크퐁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에서 준비한 어린이날 행사를 비 예보로 인해 하루 연기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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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나 캠핑 등을 계획했다 취소한 부모들은 아쉬워할 새도 없이 곧장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계획했던 어린이날 행사들도 취소되거나 연기돼 선택지는 더 좁아졌다. 서울에서 6살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남모(37)씨는 “아이들이 핑크퐁을 좋아해서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서울광장에 가려고 했지만 하루 전 행사 연기 소식을 들었다. 어린이날 핑크퐁 행사에 못 가게 돼 실망한 아이들은 마트에 가서 원하는 선물을 사주기로 하고 겨우 달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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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행사 취소, 야외 텅텅… 쇼핑몰 등 실내만 북적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예상보다 약한 빗줄기에 야외 활동을 취소한 걸 후회하거나, 취소된 자리를 잡은 사람이 승자라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왔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둔 A(43)씨도 “우중(雨中) 캠핑도 느낌이 있지만, 돌풍까지 분다고 해서 캠핑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막상 어린이날 아침이 되니까 생각보다 비가 적게 와 취소한 걸 후회하고 있다. 예보가 야속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경기 고양의 한 대형쇼핑몰 내 실내 체험장에 인파가 몰렸다. 30분 넘게 줄을 서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지만, 어린이날을 맞은 아이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이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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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후 들어서 빗줄기가 강해지면서 야외 공원 등은 텅 비었고, 대신 대형 쇼핑몰이나 영화관 등은 자녀 손을 붙잡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7살 아들과 함께 경기도의 한 복합 쇼핑몰 내에 있는 실내 체험장을 찾은 김철민(39)씨는 “주차도 너무 오래 걸렸고, 여기서도 30분 넘게 줄을 서고 있다”며 “다행히 아들은 전혀 지치지 않는지 뭐하고 놀지 즐거운 고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키즈카페를 찾은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정근영(37)씨도 “테마파크 같은 외부 활동도 생각했지만, 사람이 많을 것 같아 키즈카페에서 아이와 함께 어린이날을 보내기로 했는데, 비까지 오니 결정을 잘한 것 같다”며 “아이가 같은 반 친구를 우연히 만나 재미있게 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 때문에 취소된 어린이날 행사들 중 일부는 주말인 6~7일 재개될 예정이다. 서울시가 핑크퐁과 함께 진행하는 ‘책 읽는 서울광장’ 행사도 6일부터 이틀간 열리며,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강불빛공연도 7일 진행된다.
이찬규·김민정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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