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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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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궁 드론 공격’ 두고 러·미 설전···우크라, 이틀째 ‘포격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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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크렘린궁 ‘보복 예고’ 후

이틀째 우크라에 대대적 공습

“미국이 배후” 러시아 주장에

미 “명백하고 뻔뻔한 거짓말”

경향신문

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으로 이틀째 우크라이나에 공습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수도 키이우의 한 지하철역에 시민들이 대피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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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통령 관저인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공격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암살을 노린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던 러시아 정부는 4일(현지시간) 공격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고, 이에 미 백악관은 “명백하고 뻔뻔한 거짓말”이라고 맞섰다. 보복 공격을 예고한 러시아는 이틀째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일(크렘린궁 공격)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의 거짓말과 달리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이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는 처음부터 이 전쟁을 서방 대 러시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 러시아, 미국 대 러시아의 싸움으로 그리려 했다”면서 “이번 일은 푸틴이 그런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에 완벽히 들어맞는다”고 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이 테러 행위에 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이 내리는 것을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시행할 뿐”이라며 “미국이 종종 표적을 지정하는 것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권력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크렘린궁에서 3일 새벽 발생한 드론 공격을 두고 러시아의 자작극, 우크라이나의 심리전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러시아는 이틀 연속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공격을 벌였다. 이날 밤부터 수도 키이우와 남부 오데사 등 주요 도시의 상공에서 폭발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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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드론이 격추되고 있다. 이날 키이우에서는 이틀째 러시아의 보복 공습이 이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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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 관계자는 3일 밤~4일 새벽 러시아가 키이우와 오데사 등지에 24기의 자폭 드론을 보냈으며, 이 가운데 18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남부군 사령부는 ‘모스크바를 위하여’ ‘크렘린을 위하여’라는 글씨가 쓰인 격추된 드론 사진을 공개했다.

4일 밤에도 러시아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이어졌다. 키이우 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공습 경보가 울렸고, 오데사에서도 8차례의 폭발이 발생했다. 키이우시 군 수장인 세르게이 포프코는 “공격 강도가 올해 들어 가장 강력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드론 파편으로 건물이 파손되고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은 지난해 8개월간 러시아의 점령을 받았던 남부도시 헤르손이었다. 3일 헤르손에서는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최소 23명이 숨지고 46명이 다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기차역과 건널목, 집, 철물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 장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라며 “바로 러시아가 포탄으로 남긴 피비린내 나는 흔적들이며, 사상자는 모두 민간인”이라고 썼다. 그는 포격 현장의 처참한 사진을 공개하며 “세계가 이 모습을 보고 알아야 한다. 우리는 범죄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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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포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의 슈퍼마켓에서 한 아이가 경찰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이날 공격으로 헤르손에서는 민간인 23명이 숨지고 최소 46명이 다쳤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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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손 당국은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5일 오후 5시부터 58시간 통금령을 내렸다. 알렉산드르 프로쿠딘 헤르손 군 행정부 책임자는 이번 조치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물과 식량, 의약품을 비축할 것을 당부했다.

유엔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선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8574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1만4441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편 미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병력과 군수품 부족으로 올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세를 벌이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휴전협상에 나서지도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ODNI) 국장은 4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강제 징병을 시작하지 않고 이란 등으로부터 기존 공급량을 넘어서는 상당한 양의 탄약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적당한 수준의 공격 작전조차 유지하기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임박한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과 관련해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러시아 역시 올해 공세적으로 나서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헤인스 국장은 그럼에도 러시아가 정치적 이유로 휴전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며 동부와 남부 점령지를 통제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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