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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김건희 고발, 용산 개 반납, 국민투표 주장…‘뜬장’에 갇힌 개고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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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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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튀르키예 지진 파견 구조견 격려 행사에서 119구조견을 쓰다듬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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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불거졌던 ‘개 식용’을 두고 벌어진 논란이 올해는 일찍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개 식용 종식’ 발언이 나온 뒤 대한육견협회(육견협회)가 김 여사를 고발하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여사 발언 직후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개 식용 종식’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마침 지난해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되면서 식용 개의 임의 도살이 금지되고 처벌 근거도 마련됐다.

‘공식 약속’은 안 했지만…고발당한 김건희


지난달 11일 김 여사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동물자유연대, 카라, 어웨어 등 동물보호단체를 초청해 비공개 오찬 모임을 가졌다. 당시 김 여사와 참가자들은 동물 학대, 개 식용, 비건 채식 등 여러 동물권 이야기를 나누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김 여사가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 종식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되자 육견협회가 육견협회생존투쟁위원회를 조직하고 강하게 반발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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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견협회생존투쟁위원회가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에게 개 식용 종식 발언 사과, 재발방지 등을 촉구했다. 대한육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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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견협회는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연인인 김 여사가 임기 내 개고기 종식을 공언하며 대통령을 사칭했다’며 김 여사를 명예훼손과 공무원사칭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발언의 공개 철회, 사과, 재발방지 서면약속과 (이에 대한)대통령실의 즉각적인 답변이 없으면 육견협회 전 회원이 사육하는 식육견을 대통령실에 반납하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상춘재 오찬에 참석했던 복수의 동물단체 관계자들은 김 여사의 발언이 ‘임기 내 종식을 공언’하는 내용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유기견 여러 마리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반려인으로서 동물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자연스레 개 식용 문제 이야기가 나왔고 (김 여사가) ‘앞으로는 없어져야 하고, 종식을 위해 제 위치에서 노력하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책적인 논의나 공식적 약속은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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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2017년 9월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개고기 합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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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반납 투쟁’은 실제로 추진되다가 2일 현재 제동이 걸린 상태다. 육견협회는 이달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 개 300여 마리를 데리고 나와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내용의 옥외집회 신고서를 서울 용산경찰서에 제출했지만 최근 금지 통고를 받았다. 손원학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그저께(4월30일) 집회 불가 통보를 받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해 이의신청을 접수했고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육견협회 “생계 보장하면 내일이라도 전업”


육견협회가 거세게 반발하는 데에는 정부의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위원회)가 1년 4개월째 합의점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개 식용 종식 공식시기와 생계 대책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위원회는 2021년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지시를 시작으로 그해 12월 국무조정실, 농림부, 환경부, 식약처 등 관계 부처와 동물보호단체, 육견업계,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 21명으로 꾸려졌다. 개 식용 금지를 사회적 합의로 해법을 도출하겠다는 취지다.

위원회는 출범 뒤 지난해 7월까지 총 17번의 회의(전체회의 8회, 소위원회 9회)로 논의를 해왔지만 마지막 회의에서 결론은커녕 운영기한조차 정하지 못하고 무기한 연장을 발표했다. 위원회 내부 규정이라는 이유로 그간의 구체적 진행 상황, 협의 내용, 식용 개 산업 실태조사까지 모두 공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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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동물단체 카라가 경기 여주시 불법 개도살장을 급습했다. 당시 현장에는 개 31마리 등이 전기쇠꼬챙이를 이용한 도살 직전에 구조됐다.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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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논의가 공회전하는 이유는 개 식용 종식 공식 시기를 둔 이견 때문이다. 육견협회는 개 식용 종식을 합의한 시점으로부터 이후 15년 뒤에, 동물단체는 그보다 이른 8~10년 뒤 실제 종식을 주장했고 ‘10년’으로 합의가 모이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육견협회 집행부가 바뀌며 이에 대해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육견협회는 개 식용 종식 선언 뒤 생계 대책 마련을 포함한 전업 지원, 시설 복구, 폐기물 처리 등 8개 항목의 적극적인 보상 대책을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각각 개 식용 금지 관련 법안 발의를 발표하자 20일 육견협회는 “개고기 금지가 대한민국 과제라면 국민 투표로 결정하면 된다. 불가능하다면 관련 농가와 상인, 식당 등 한군데 당 수십억원씩 보상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손원학 육견협회 사무총장은 <애니멀피플>과의 통화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는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데 동물단체의 패악질에 농촌의 연로한 농민들이 생존권을 위협당하고 있다”면서 “생계 대책을 포함한 전업 보상의 길만 열어주면 내일이라도 (식용개 사육을)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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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개농장의 뜬장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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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 “국민들, 거액 보상 공감 못 해”


동물단체는 육견협회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주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식용 개 산업은 그간 건축물법, 가축분뇨법, 농지법, 동물보호법 등 현행법을 어기며 이어져 온 사업이다. 좁은 뜬장에 개들을 집단 사육하며 잔인한 도살과 동물학대를 저질러온 불법적 사업에 시민 세금으로 거액을 보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전 대표는 “시골의 영세한 개 농장주라는 이미지는 육견협회의 주장일뿐이다. 이미 50~100마리 소규모 농장들은 폐업한 곳이 많고, 현재 보상을 주장하는 농장주들은 1000~1500마리를 사육하는 대형화된 기업형 개농장들”이라고 했다.

한편 위원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개 식용 문제 위원회가 진행 중이고 논의 과정에 있으므로 세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위원들을 상대로 위원회 지속 여부 의사를 묻는 비공개 투표가 진행됐고, 육견업체를 제외한 동물단체·소비자단체 등은 위원회 회의 종결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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