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100)으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에 3%대에 진입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하고 있고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할 것”이라며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와 국제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추이, 환율 등이 변수”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물가 상승률이 3%대에 접어든 건 고무적이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5.1%)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7월엔 6.3%까지 치솟아 정점을 찍었다. 이후 완만하게 둔화하다 11월(5.0%)→12월(5.0%)→올해 1월(5.2%) 바닥을 다졌다. 그리고 2월(4.8%), 3월(4.2%) 4%대를 기록하다 지난달 3%대로 떨어졌다.
이는 1년 전보다 국제 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국제 유가는 단순히 기름값뿐 아니라 석유류 제품과 일반 공산품 등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다. 4월 석유류 물가는 16.4% 하락했다. 2020년 5월(-18.7%) 이후 35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휘발유(-17%), 경유(-19.2%), 자동차용 LPG(-15.2%) 물가가 모두 내렸다. 김보경 심의관은 “지난해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며 “석유류 물가가 전체 물가상승률을 0.9%포인트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23.7% 올랐다. 전달 상승 폭(28.4%)보다 둔화했지만, 여전히 부담을 지웠다. 공공 서비스 물가(1%)는 택시요금(6.9%), 개인서비스 물가(6.1%)는 외식 서비스(7.6%)가 각각 급등한 영향을 받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 상승률은 3.7%로 전월(4.4%)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6% 올라 전달(4.8%)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한 정부로선 물가 상승 부담을 다소 덜어낸 셈이다. 지난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마저 연장할 정도로 물가 잡기에 매달려왔는데 내수 활성화, 에너지 요금 인상 등 대책에 숨통이 트였다.
이날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전기·가스요금과 관련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달여 미뤄진 올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결정에 관한 질문에 “인상을 하기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발표 시기에 대해선 “충분히 국민에게 이해가 됐다고 생각이 되면 (결정을) 안 하겠나”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삼갔다.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확연해지면 정부가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당장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 결정은 동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금리 차를 줄여야 하는데 정부가 돈을 풀면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섣불리 긴축에서 부양으로 경제 기조를 바꾸면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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