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기저효과…“물가 안정세 이어질듯”
서울의 한 전통시장. 김명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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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년 2개월만에 3%대로 둔화했다. 비교 시점인 지난해 이맘때의 석유류 가격이 워낙 높았던 데 따른 통계적 착시(기저효과)와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세 영향이다. 정부는 향후 물가도 안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0.8(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7% 올랐다. 오름폭이 3%대로 축소된 건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은 앞서 지난해 3월 4.1%로 올라선 뒤 7월 6.3%까지 확대됐다가 올해 들어 1월 5.2%, 2월 4.8%, 3월 4.2%로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품목별로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이 16.4% 하락하며 물가 상승폭 둔화를 이끌었다. 휘발유가 17%, 경유가 19.2% 각각 내렸다.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도 2% 오르는데 그치며 전월보다 상승폭이 0.9%포인트 꺾였다. 농축수산물도 소매점 할인 행사 등으로 가격 오름폭이 3월 3%에서 지난달 1%로 주춤했다. 고등어, 닭고기, 풋고추 등이 10% 넘게 올랐으나 쇠고기, 쌀 등은 6% 남짓 하락했다.
다만 서비스 물가는 4% 오르며 전월 대비 상승폭이 0.2%포인트 확대됐다. 원가 상승, 외부 활동 확대 등으로 외식을 비롯한 개인 서비스 가격이 오름세를 보인 영향이다. 지난달 전기·수도·가스요금도 23.7%나 뛰었지만, 비교 시점인 지난해 4월 공공요금 인상이 있었던 까닭에 이를 반영한 오름폭은 한 달 전보다 축소됐다.
지난달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 가격을 조사하는 생활물가지수와 생선·채소·과실 등 신선식품지수도 각각 3.7%, 3.1% 오르며 상승폭이 3월보다 크게 둔화했다. 지난해 8%에 이를 정도로 고공 행진했던 생활물가지수는 2021년 9월(3.1%) 이후 1년 7개월 만에 다시 3%대에 진입했다.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에 견줘 4.6% 오르며 상승폭이 전달보다 0.2%포인트 축소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반영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 상승하며 3월과 같은 오름폭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급등했던 석유류 가격의 반사 효과로 올해 들어 물가 상승폭이 크게 둔화하고 있지만, 수요 쪽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의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석유류 가격이 워낙 많이 올랐던 데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물가가 하반기에도 안정될 거로 보이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 국제유가와 환율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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