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돈 매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로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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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더 문제다. 오랫동안 중국의 시각에서 미ㆍ중 관계와 한ㆍ중 관계를 지켜봐 온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은 30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ㆍ미 정상 간 파티는 끝나고, 중국으로부터 본격적인 계산서가 날아들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보복 등을 우려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문제까지 겹치면서 한ㆍ미ㆍ일과 북ㆍ중ㆍ러 간 대결 구도가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했다.
Q : 국빈 방미를 전후한 윤 대통령의 중국 관련 발언을 두고 중국의 반발이 거세다.
A : 윤 대통령은 과거 최고 지도자들과 달리 대만 문제를 두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를 밝혔다. 이는 중국 입장에선 자신들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대만은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며 ‘미ㆍ중 관계에서 넘어선 안 될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분명히 했다. 결국 중국 입장에선 양보와 타협의 대상이 아닌 내정 문제를 한국이 건드렸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전과 달리 중국의 또 다른 핵심 이익인 남중국해에 대해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한 필리핀의 제소로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패소했다. 한마디로 중국이 국제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명시한 셈이다. 중국은 한국이 마치 '원투펀치'를 날리듯 정상회담을 전후해 선을 넘었다고 간주하고 비판 수위를 높이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Q : 중국이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나.
A : 중국은 이제 파티는 끝났다고 보고, 본격적인 계산서를 보내려 할 것이다. 중국이 한국을 유인해 설득할 수도 있지만, 압박이나 보복을 통해 더는 레드라인을 넘지 못 하게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중국 입장에서 가장 쉬운 게 경제보복이다. 중국인의 한국 집단관광 제한을 더 장기화하고 한류 콘텐트 유입을 막는 것은 물론 중국 내 한국 반도체공장의 정상 가동을 가로막는 여러 압력 조치 등 불평등한 대우를 할 수 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한국 학자와 언론인 등을 스파이 혐의로 억류할 가능성이다. 미국ㆍ캐나다ㆍ일본ㆍ대만 등에 대해선 이 같은 억류 사례가 있지만, 아직 한국에 대해선 없다.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 없이 계속 악화일로로 치달으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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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지난 27일 미 의회 연설에서 6ㆍ25 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와 관련해 “미 해병대 1사단이 중공군 12만명의 인해 전술을 돌파한 기적 같은 성과”라고 추켜세운 것도 중국의 반발을 샀다. 급기야 이튿날 “(장진호 전투는) 항미원조(抗美援朝ㆍ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에서 (중국이) 위대한 승리를 거둔 것”(중국 외교부 대변인)이라는 히스테릭한 반응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중국이 영화(2021년 개봉한 ‘장진호’)를 만드는 등 선제적으로 ‘승리한 전투’로 상징화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한ㆍ미 동맹이 함께 피 흘린’ 상징으로 바꾼 것은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것”이라며 “중국은 한국이 70년 전 역사를 끌어내 미국에 편승하고 중국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지는 일문일답.
Q : 중국의 이 같은 태도가 북ㆍ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A : 한국은 전략 핵추진 잠수함 배치 등 확장억제 강화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보지만,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군사적 봉쇄전략의 일환으로 여긴다. 국제정치적 구조를 보면 한국전쟁이 냉전을 고착화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신냉전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에 북한이 포탄 등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북ㆍ러 관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에 대응해 북ㆍ중ㆍ러 밀착을 강화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공식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지 못하는 중국이 경제 원조 등 북한을 우회 지원함으로써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 코로나19로 중단했던 북ㆍ중 간 군사교류 및 협력 가능성도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 최정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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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북한이 7차 핵실험 강행 시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주목된다.
A :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중국에도 딜레마다.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달리 북한의 핵개발은 P5(핵보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다. 그런데 중국이 북한에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요구해도, 북한은 과거 핵실험 때처럼 전략적 이익에 따라 강행할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결국 안보리에 대북 추가 제재안이 올라올 텐데, 중국은 난처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제재에 찬성하면 미ㆍ중 대결 구도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는 북한을 잃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거꾸로 반대표를 던지면 미ㆍ중 관계 악화는 물론 국제사회에 핵실험을 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어서 한국과 일본의 핵개발을 막을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결국 중국은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
Q : 한ㆍ중 정상이 만나 관계 개선에 나설 순 없나.
A : 지금 분위기로는 한ㆍ중 정상이 만날 가능성은 작다. 다음 달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이 열리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한국을 답방하면 한ㆍ중 관계의 냉각은 더 오래 갈 것이다. 다만 한ㆍ중 모두 척진 상태로 오래 가는 것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관계 개선의 계기를 엿볼 수 있다. 올 연말 한국에서 한ㆍ중ㆍ일 정상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오면 대립 일변도의 한ㆍ중, 한ㆍ일 대 중국 관계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Q : 중국에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
A : 예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를 놓고 중국이 경제보복을 한 것처럼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보복조치를 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에 굴복해선 안 된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보편적 규범이다. 그런 만큼 이번 윤 대통령의 방미 발언은 국제 주요 안보 이슈에 대해서 한국의 일관된 입장과 원칙을 밝히고, 국제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는 것이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가야 할 길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중국뿐만 아니라 어떤 국가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지역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보편적 가치규범을 강조하고 주장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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