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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스프]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주변 교통 체증 불렀다"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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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의 서울시의 교통 데이터 분석으로 팩트체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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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20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집무실 용산 이전이 이슈화된 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시의 여론은 매우 좋지 않았는데요, 전 국민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 용산 이전을 지지한 비율은 약 20%밖에 되지 않았고, 아래의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선거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후보 지지층 내에서도 명확한 지지 의견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조사기간 : 2022.05.04.-2022.05.09. / 의뢰기관 : 언더스코어 / 조사기관 : 데이터스프링코리아 / 조사방법 : 온라인 조사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 2.5% / 조사대상 : 성별,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를 고려한 표본 만 18-69세 1,500명


청와대 개방 후 관리 문제 및 경제 효과성 논란, 용산 이전 비용 및 도감청 취약성 등이 반대 이유로 제기되었고, 이전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사저에서의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 체증 증가"까지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서초동 사저에서의 출근 경호 차량 배치 및 신호 통제로 인해 실제로 교통 체증이 심해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자 KBS는 취임 전후 약 보름간의 데이터를 활용해 출퇴근의 교통 체증 유발 효과는 미미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죠.

이번 스프 칼럼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약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와 좀 더 엄밀한 통계적 방법을 활용해서 해당 이슈를 다시 한번 검증해 보겠습니다. 분석에 활용한 서울시 교통량 데이터는 <데이터창고>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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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창고 주소 https://data.sbs.co.kr/?data_id=10000027
우선, 서울시 교통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대통령 사저 출근길 영향권에 있는 여섯 개 도로(한강대교, 동작대교, 반포대교, 잠수교, 한남대교, 강변북로)와 나머지 도로(133개)들의 대통령 취임 전후 10주간(2022. 3. 11 - 2022. 7. 9)의 교통량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어떠한 정책이 도입된 이후 그 결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에 영향받는 대상뿐만 아니라 영향받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도 모두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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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후 서울시 주요 도로 교통량 단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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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위의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 출근길 영향권에 없는 도로들의 경우 특별한 차이가 없었던 반면, 우리의 관심 대상인 여섯 개 도로는 소폭 교통량이 증가한 정황이 관찰되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대통령실과 서울경찰청의 주장이나 KBS의 분석 결과와는 달리 교통체증이 유발된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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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후 서울시 주요 도로 교통량 단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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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희는 이번 이슈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다루고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실제로 위의 <그림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사저 출근길 영향권에 있는 여섯 개 도로들 (붉은 선)과 그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도로들 (푸른 선)이 이미 서초동 사저 출퇴근 실시 이전부터 꽤 명확한 차이를 보입니다. 나머지 도로들의 경우, 모든 기간에 걸쳐 특별한 교통량 변화가 없지만, 우리의 관심 대상인 여섯 개 도로들은 2022년 3월의 교통량이(5월의 사저 이전과는 무관하게) 여타 기간 대비 훨씬 낮았던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그림 2>와 같이 출퇴근 시점 전후 비교를 했을 때 대통령 사저 출근길 영향권의 여섯 개 도로에게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저 이전 "이후"에 교통량이 증가했다기보다는 "이전"의 교통량이 기본적으로 낮았기에 발생한 착시 현상입니다.
통계적으로는 이를 이중 차분(DID, Difference-in-Differences) 분석에서의 평행 추세 가정(parallel trend assumption) 위배라고 부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정책에 영향받는 도로와 영향받지 않는 도로의 교통량 추세가 정책 도입 이전부터 애초에 같지 않았다는, 즉 추세가 평행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보자면, 애초에 분석의 범위를 "전후 10주"가 아닌, 보다 좁은 범위로 설정했을 경우 이러한 문제가 기본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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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매칭(matching) 적용 이후 교통량 7일 이동 평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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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볼 수 있을까요? 단순히 모든 도로를 비교하는 대신, 5월의 집무실 이전 발표부터 서초동 사저 인근의 여섯 개 도로와 교통량 추세(trend)가 비슷한 도로들만을 일부 추출한 후 비교 분석하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통계적으로 이러한 기법을 '매칭(matching)'이라고 부릅니다. <그림 4>는 이들 여섯 개 도로와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으면서도 교통량 추세가 비슷한 10개 도로를 추출한 뒤 양쪽을 비교한 결과입니다.
동일로(의정부IC), 밤고개로(세곡동사거리), 오정로(부천시계), 통일로(고양시계), 월드컵대교, 천호대교, 증산로(디지털미디어시티역), 북부간선로, 분당수서로, 서부간선지하도로


확실히 모든 도로들을 한데 모아 시각화했을 때와 달리, 5월 이전에도 양쪽 도로들의 교통량 패턴이 훨씬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패널 회귀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서초동 사저 출퇴근이 특별히 인근 도로 교통량을 늘린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TWFE, p-value 0.286)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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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운 기자(woon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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