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에 벌금 1억, 하청대표 집행유예 2년
창원지법 전경 |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원청 대표에게 처음으로 실형 판결이 내려졌다. 앞선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에서는 원청 대표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강지웅)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제강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법정구속됐다.
법원은 또 한국제강 법인에 벌금 1억원을 주문했다. 하청업체 대표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한국제강에서 그동안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안전책임을 다하지 않아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노동 종사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조직문화와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 등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국제강에서는 지난해 3월 협력업체 노동자(60대)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무게 1.2t 방열판에 깔려 숨졌다. 검찰은 한국제강과 A씨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 등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숨졌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년, 한국제강 법인에 벌금 1억50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선고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재판부를 잘못 배당하면서 지난달 24일 공판이 한 번 더 열렸고 이날 오전 9시45분 선고 공판이 진행됐다.
이번 선고는 지난 6일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온유파트너스 대표 B씨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어서 관심이 모아졌다. 법원은 당시 B씨에게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B씨와 검찰 모두 항소 기한인 선고일로부터 7일이 지나도록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창원지법에서는 26일 오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기소 1호’인 두성산업 대표이사 C씨에 대한 공판이 열린다. 두성산업에서는 지난해 2월 직원 16명이 유해물질인 트리클로로메테인에 의한 독성간염 피해가 일어났다. C씨는 트로클로로메테인을 취급하면서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조처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기업 경영책임자가 기소된 첫 사례이다.
노동계는 이날 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오늘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유를 보여준 날이자 사법부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라며 “원청 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물었다는 사실에서 노동자는 일하다 죽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밝혔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예방과 안전권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네트워크)는 “법원이 그동안 원청 대표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 온 것에 비춰볼 때 이날 선고는 굉장히 진일보하고 원청 대표의 처벌 수위를 일정 부분 상향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현재 두성산업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돼 있는 만큼 재판부의 인용 여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 앞으로 검찰의 구형량은 물론 법원의 처벌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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