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 불가능한 사업성 알면서
자전거래 반복하며 수요 위장
코인 폭락전 팔아 4629억 챙겨”
檢, 코인을 증권 간주해 첫 기소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와 관련해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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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가상화폐 테라 루나 사기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등 테라폼랩스 창립 멤버와 관계자 8명 등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간주해 기소한 첫 사례인데 검찰은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알고리즘으로 사상 최대의 금융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 ‘사업 허구성’ 인지하고도 속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및 공모규제 위반, 유사수신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신 전 대표를 포함해 테라 프로젝트 관계자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사업 초기인 2018년경부터 자신들의 사업이 실현 불가능한 구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봤다. 이들은 테라 코인을 가격이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홍보하며 실제 결제에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테라 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테라 프로젝트’ 자체가 운영될 수 없었고 ‘가격 고정 알고리즘’ 작동에 필요한 테라 코인의 수요도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마치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추진되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트레이딩 봇’을 이용해 자전거래를 반복하며 마치 수요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 테라 코인의 시장 규모가 조작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자 테라 코인의 가격 고정 정책이 무너졌고 이후 며칠 만에 루나 코인도 폭락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신 전 대표 등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로 4629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 전 대표는 루나 코인의 가격이 상승한 2021년 3월경부터 본격적으로 코인을 매도하기 시작해 폭락 직전까지 최소 1541억 원 상당의 수익을 실현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가상화폐와 관련 사건에서 증권성을 인정해 기소한 첫 사례다. 검찰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되는 코인 중 일부 코인에 대해서만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다. 루나 코인과 같은 구조가 일반적인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신현성, 티몬 전 대표에게 금품 제공도
신 전 대표는 테라폼랩스가 보유하고 있던 141억 원 상당의 테라 코인을 자전거래로 현금화하고 자신이 대표로 있던 차이코퍼레이션에 무상 지원한 혐의(배임 및 횡령)도 받고 있다. 차이코퍼레이션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차이페이’가 테라 블록체인 기반의 지급결제 서비스로 이를 이용하면 비용 절감 등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이고 투자사들로부터 약 1221억 원의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사기)도 받는다.
또 신 전 대표는 A 전 티켓몬스터 대표에게 “테라를 간편결제 수단으로 도입하고 홍보해 달라”고 청탁하며 그 대가로 루나 코인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A 전 대표는 신 전 대표에게 받은 루나 코인 50만 개를 팔아치워 38억 원의 수익을 냈다. 경영컨설팅회사 대표 B 씨는 신 전 대표의 청탁으로 은행 부행장 등에게 청탁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루나 코인을 받아 1억6000만 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신 전 대표 측은 “검찰에서 설명한 공소사실은 객관적 실체와 부합하지 않는다. 법원에서 범죄 혐의의 다툼이 있다는 이유로 신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됐다”며 “재판 과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해 검찰이 가진 오해가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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