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이슈 미술의 세계

“김지하의 문학과 실천, 사상은 우리의 자산이자 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달 김지하 1주기 추모문화제

한겨레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백악미술관 2층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기자간담회에서 문학평론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 주요섭 생명운동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염무웅 명예교수, 정성헌 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임진택 판소리 명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1970년대의 김지하를 잘 모른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1970년대 김지하 시인의 문학과 실천 그리고 7년에 걸친 감옥살이와 그 안에서 깨우친 생명사상이 우리 역사의 어마어마한 자산이자 힘이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김지하(1941~2022) 시인의 1주기(5월8일)에 맞추어 추모문화제를 준비하며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김지하의 당대적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백악미술관에서였다. 다음 달 4~9일 이곳에서 ‘꽃과 달마, 그리고 흰 그늘의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김지하의 글씨와 그림 등을 모은 서화전이 열린다.

“김지하의 시는 많이 알려진 것 같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 유명한 초기 시 ‘황토’에서도 사람들은 흔히 투쟁성만 보지 그것을 이끄는 생성의 사유는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생명의 약동과 비극적인 죽음을 둘로 보지 않고 역동적 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생명의 사유가 김지하의 초기 시에서부터 있었고 그것이 나중에 생명사상으로 이어졌다고 보아야 합니다.”

역시 간담회에 참석한 임동확 시인(한신대 교수)의 발언이 유홍준 교수의 평가에 맞장구를 치는 듯했다.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되었던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일정과 내용이 확정되었다. 다음 달 6~7일 이틀 간 경기도 성남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심포지엄이 열리고, 6일 저녁 7시 한국학중앙연구원 청계학당(한옥채)에서는 김지하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공연이 펼쳐지며, 서화전이 여기에 곁들여진다. 심포지엄은 ‘김지하의 문학·예술과 미학’ ‘김지하의 정치적 고난과 생명사상의 태동’으로 나뉘어 열린다. 첫날은 문학평론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의 기조발제에 이어 임동확·김사인(시인)·홍용희(경희사이버대 교수)·정지창(전 영남대 교수)·김봉준(화가)·채희완(부산대 명예교수)·심광현(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등의 발표와 서승희(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이재복(한양대 교수) 등의 토론이 이어진다. 이튿날은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히라이 히사시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의 특별강연에 이어 박맹수(원광대 명예교수)·조현범(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이기상(한국외대 명예교수)·주요섭(생명운동가) 등의 발표와 토론, 그리고 정성헌 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이 주재하는 종합토론으로 꾸며진다.

‘젊은 날 빛을 뿜던 아, 모든 꽃들’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노래 공연에서는 노래를찾는사람들 출신 가수 문진오와 김판수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이사장이 김지하의 시로 만든 노래를 부르고, 소리꾼 임진택이 김지하의 담시 <소리내력>을 판소리로 들려준다. 서화전에는 198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김지하가 쓰고 그린 서화가 두루 나온다. 1991년 인사동 술집 ‘평화만들기’ 벽에 김지하가 매직으로 쓴 이용약 시 ‘그리움’ 사본도 나오며, 가수 김민기는 자신이 작곡하고 김지하가 노랫말을 붙인 노래 ‘금관의 예수’ 악보를 새로 써서 이번 전시에 보탠다.

24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김지하의 방대한 저술을 한데 모아 정리한 전집 발간의 필요성을 중장기적 과제로 제시했다. 염무웅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이 다루는 주제들만 해도 오늘날 한국 사회와 인류가 부닥친 큰 문제가 다 들어 있다”며 “김지하의 문학과 사상이 올바로 정리되어 출간되고 주요 외국어로 번역된다면 위기에 처한 인류 문명을 재검토하는 데에도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홍준 교수는 “전집 간행뿐만 아니라 김지하의 모든 것을 한데 모은 아카이브 작업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1960~70년대 민주화운동뿐만 아니라 문예운동에서도 김지하 시인이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며 “김지하 시인의 삶의 역정이 복잡했던 것만큼이나 김 시인을 평가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 듯하다”는 감회를 밝혔다.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가진 포탄 미국에 다 내주고 ‘거덜 난 한국 안보’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