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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오르반의 헝가리, 우크라 나토 가입 반대 가능성 내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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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나토 회원국' 꿈, 실현까지 첩첩산중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막고 있는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나토 회원국 지위를 얻는 것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비쳐 주목된다. 앞서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맞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 모두가 찬성해야 하는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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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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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최근 발언을 소개하며 “뭐라고요(What)?!”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돼야 한다’는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주장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헝가리는 결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실 나토는 2008년 우크라이나를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를 두고 회의를 벌인 적이 있다. 미국은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었으나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강력히 반대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독일 정부와 뜻을 함께했다. 훗날 메르켈은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는 2022년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명분으로 작용했다.

BBC에 따르면 헝가리는 나토 회원국이자 유럽연합(EU)의 일원이지만 동시에 러시아와도 친하게 지낸다. BBC는 “오르반 총리는 다른 서방 국가 지도자에 비해 푸틴에 덜 비판적”이라며 “헝가리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면서도, 다른 서방 국가들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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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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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는 앞서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신청했을 때에도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나토 28개국 의회가 2022년 말까지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안을 비준했으나 헝가리, 그리고 튀르키예(터키)만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고 지연시켰다. 헝가리·튀르키예는 최근에야 핀란드의 나토 가입안은 비준했으나 스웨덴에 대해선 여전히 ‘나토 가입에 동의할 수 없다’는 강경론을 유지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스웨덴을 향해 “도덕적 우월성의 왕좌 위에 홀로 앉아 있다”고 비난했다. 자기네 나라가 최고라고 여기며 헝가리를 무시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돼야 한다’는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기까진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헝가리의 반대도 있지만 그보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관건이다. 나토는 동맹국이 적의 침략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전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구조다. 일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 상태가 끝나야 한다는 얘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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