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늘어선 길거리 음식점에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최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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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A씨는 최근 아내, 초등학생 자녀와 서울 중구 명동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 먹고 높은 가격에 새삼 놀랐다. 가족 셋이 배가 부를 정도로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꼬치와 만두 등을 구매하는 데 8만원 넘게 쓴 것이다. A씨는 "아이에게 명동 길거리 음식 문화를 소개해 주려고 방문했는데, 예상보다 음식값이 너무 비쌌다"며 "이 가격이면 한식당이나 중식당 등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게 오히려 가성비가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주요국 대부분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하면서 올 들어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부쩍 늘어났다. 이러한 가운데 외국인이 관광 1번지로 많이 찾는 명동의 길거리 음식값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관광산업 활성화가 중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바가지 음식값이 살아나는 관광 불씨를 꺼뜨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경제가 지난 15일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일대 길거리 음식 가격을 파악한 결과 닭꼬치는 대부분 노점상에서 개당 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코로나19 이전에 개당 2500~3000원 하던 것이 3년 사이 2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지난 주말 명동을 찾은 한 외국인은 닭꼬치 판매상에게 가격을 듣고 "너무 비싸다(so expensive)"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핫바도 닭꼬치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노점에서 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핫바의 경우 어묵전문점에서 3000원 전후에, 가격이 높은 편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4000원 전후에 팔리는 데 비하면 명동 노점이 더 비싼 것이다. 이 밖에 냉동 소고기를 꼬치에 끼운 '스테이크꼬치'는 개당 1만원, 케밥은 8000원, 랍스터구이는 2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대부분 음식이 높은 가격대에 판매되는 가운데 방문객들 사이에서 특히 불만이 많은 음식은 군만두였다. 마트에서 취급하는 냉동 김치만두 20개가량이 1만원인데, 명동의 한 노점상에서는 4개에 7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회오리감자, 탕후루(과일꼬치), 과일주스 등도 모두 개당 5000원에 판매됐다. 그나마 계란빵이 개당 200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같은 음식도 노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작지 않았다. 대로변에 가까운 곳일수록 대체로 비쌌다. 다코야키는 6개에 1만원에 파는 노점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노점에서는 5개를 5000원에 판매했다. 닭꼬치는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은 명동성당 인근 쪽에서는 개당 40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음식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명동 길거리 상인들은 원재료값이 너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꼬치를 판매하는 한 노점상 주인은 "지난 3년간 음식 원재료와 인건비, 전기료 등이 급등해 남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힘들었던 상인들이 최근 관광객이 몰려들자 욕심을 과하게 부리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명동 상인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11월 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후 명동을 찾는 외국인이 부쩍 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1월 초 중국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자 한국이 중국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지난 2월까지 관광객이 줄었다가 3월부터 관광객 증가세가 뚜렷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장재호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외국인들이 어쩔 수 없이 한두 번은 사 먹지만, 명동 음식이 비싸다는 불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면 명동 상권 자체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상인들 스스로가 길게 보고 더 많은 외국인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합리적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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