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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G7 정상회담

G7, 우크라에 확고한 지지 확인…이웃 동유럽은 ‘떨떠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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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로 하는 기간 만큼’, ‘무기한’의 지원 약속

러시아군 총퇴각이 목표…젤렌스키 손 들어줘

무관세 우크라산 농산물로 인근 국가 농업 타격

헝가리, 루마니아 등 농민들 도로 봉쇄하고 시위

체코, 두자릿수 인플레이션…“자국 국민부터 챙겨라”

헤럴드경제

우크라이나와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가 값싼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대량 수입으로 인해 농업에 타격을 입었다. 이들 국가는 EU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을 일시 수입 중단하기로 결정했다.[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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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기간만큼, 즉 무기한의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G7의 호언과 달리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원조에 비판적인 여론이 커가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G7 외교장관은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오늘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미래를 확보하며 향후 러시아의 침략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지속적인 안보, 경제 및 제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평화’ 정의에 해당하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모든 러시아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것보다 국내 문제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공화당 일각의 의견에 선을 그은 셈이다.

미국과 세계 강대국들이 변함없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로 입을 모았지만, 정작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떨떠름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자국 내 경제적 어려움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와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와 헝가리, 그리고 슬로바키아는 지난 15일(현지시간), 16일, 17일 EU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각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을 일시 중단했다.

EU는 일방적인 수입 중단 조치는 EU의 무역 정책에 위배된다고 경고했지만 이들 국가는 강행키로 했다. 저렴한 가격의 우크라이나산 곡물 과잉 공급으로 피해를 입은 자국 농민들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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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바지선이 루마니아 인근 콘스탄차 항구의 곡물 터미널에 하역을 위해 정박해 있다.[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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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EU는 우크라이나 곡물을 폴란드 등 육로를 통해 수입할 때 관세와 쿼터를 폐지했다. 대부분의 곡물은 EU에서 중동과 아프리카로 재수출될 예정이었지만 인근 항구로 옮길 트럭과 기차가 부족해 상당량이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에 남아있게 된 것이다. 이에 폴란드 등에서 곡물 가격이 폭락했고, EU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 지역 농민들은 보상 수준에 불만을 품은 상태였다.

곡물 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내막도 있다. 올 가을로 예정된 폴란드 의회 선거를 앞두고 보수 야당이 농촌지역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헝가리도 오는 6월 30일까지 우크라이나산 곡물과 유지 종자, 기타 여러 농산물을 일시적으로 수입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슈트반 나지 농업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의미 있는 유럽연합(EU)의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바키아는 폴란드와 헝가리에 이어 우크라이나로부터 곡물을 제외한 일부 농산물 수입을 일시적으로 금지할 것이라고 밝힌 세번째 나라가 됐다.

루마니아 농부들은 지난 몇 주 동안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우크라이나 곡물 도착을 중단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도로를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멀지 않은 체코에서도 지난 16일(현지시간) 물가와 생계비 폭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수 천명의 체코 국민은 프라하 중심부에 모여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중도우파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느라 정작 국내 서민의 생활고는 도외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체코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탈퇴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흔들었다.

페트르 피알라 총리가 이끄는 체코 정부는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군사 및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돕는 위치지만, 내부적으로는 경기가 악화일로다. 체코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17.5%에 이어 2월 16.7%, 3월 15%에 달하며 세달째 두자릿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EU집행위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과도한 공급으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피해 농가 지원에 총 5630만유로(약 811억7953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집행위는 조만간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 더 많은 국가의 농민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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