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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이슈 미술의 세계

"앗, 아저씨! 왜 구멍에?" 휠체어 타고 카텔란 작품 관람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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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장애인 전시관람 현장 취재

용산장애인복지관 등 9개 기관·300여명 관람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전시 관람인데, 그 전엔 전시를 보러 간게 언제였는지 까마득 하네요. 이런 기회가 참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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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리움미술관 초청행사에 참석한 참여자가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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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전시장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김선기(70) 씨는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를 살펴보며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촬을 부탁한 그에게 평소 전시를 자주 찾느냐 묻자 그는 이곳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관람이며, 그 이전엔 미술관에 간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리움미술관이 용산장애인복지관 등 9개 기관의 장애인과 어르신을 초청한 미술관 관람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장애인의 원활한 작품감상을 지원하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전시가 확대되고 있다. 장애인의 생활 속 불편함을 없애자는 '배리어프리'를 통한 접근성 향상을 위해 국내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은 관람 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건축 설계 단계부터의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고, 전시 프로그램의 이해를 돕는 수어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그간 간과된 소수의 장애인 관객을 수용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날 리움미술관 전시에서 눈에 띈 것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해설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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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이 제작한 소장품 수어해설영상. [사진제공 =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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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해설영상 제작을 담당한 김정현 수석은 "영상을 처음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하며 완성본을 감수하는 과정 전체에 청각장애인이 참여해 실제 전시공간에서 영상을 보는 분들께 도움이 되도록 했다"며 "기존의 전시 수어해설영상이 작품 영상이 크고 수어 영상이 작은 비율이었다면 이번 영상에서는 수어 해설이 더 크고 작품은 줄여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작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디지털 가이드와 수어 해설 영상을 보며 작품을 관람하는 장애인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정기 휴관일에 맞춰 진행된 행사였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주변인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또 큐레이터의 설명에 집중하며 적극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권기용 용산장애인복지관장도 직업 훈련반 친구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며 사진을 촬영해주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휴관일에 전시장을 공개하는 환경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접할 기회가 장애인에게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 이번 전시에도 참가 희망자가 많이 신청해 오게됐다"며 "오늘 행사는 3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였지만, 앞으로는 소규모로라도 자주 이런 전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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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리움미술관 초청행사에 참석한 참여자가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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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권 관장은 "앞서 지난해 미술관 공개 행사에서도 참석한 장애인들 반응이 좋았고, 그때 미술관에서 향후 지역 장애인 분들은 언제나 이곳에 오시면 관람을 지원하겠다고 해서 복지관에도 참여를 독려했었다"며 "그런데 아무래도 대부분 동행인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고, 일반 관객과 같이 관람하는 환경에선 원활한 감상이 어렵다보니 오늘 같은 행사가 보다 확장돼야 장애인의 경험도 확장되고 자발적 방문 기회도 더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시를 관람한 장애인 관람객들은 미술관 접근성과 배리어프리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등 맞춤형 미술관 경험 기회가 아니면 작품감상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한 전시 관람 기회가 앞으로도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미술관을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도 문화를 즐기고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문화예술 기관이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에 이어 행사를 거듭할수록 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시고, 특히 지역의 어르신들도 처음으로 모실 수 있게 되어 더욱 뜻깊었던 만큼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베리어프리 미술관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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