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장내 괴롭힘’ 안이한 홀트…회장 “수십건 중 한두건 판정나는 것”

출처 홀트아동복지회 홈페이지

홀트아동복지회가 운영하는 고양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이 제기([단독] “아들 결혼식 식권 만들라” 갑질…‘홀트’ 원장 “아들 같아 시켜”)된 가운데, 법인의 다른 사업장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및 징계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홀트아동복지회 법인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7월부터 홀트대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ㄱ씨는 관장과 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따돌림과 부당한 지시를 당했다며 지난해 11월 홀트아동복지회 법인(홀트 법인)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홀트 법인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16일 △업무처리와 관련해 ㄱ씨에 업무협조를 한 직원을 질책하거나 △팀장인 ㄱ씨를 결재라인에서 제외하고 ㄱ씨의 결재를 거부한 것 △전 직원이 소지하는 열쇠와 보안카드를 ㄱ씨의 것만 회수한 점 등에 대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관장과 부장을 징계했다.

하지만 홀트 법인은 징계 이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관련 피해자인 ㄱ씨한테 불이익한 조처를 했다는 게 ㄱ씨 주장이다. 원치 않는 ‘전보’가 대표적이다. 홀트 법인은 지난 2월 인사에서 징계를 받은 두 명 중 관장은 다른 센터의 센터장으로 보내고 부장은 직책을 유지케 했지만, ㄱ씨는 근무지를 이동해야 했다. ㄱ씨는 <한겨레>에 “센터장이라는 직함으로 왔지만 사실상 회계, 행정 등 일을 다 해야 하는 업무로 배치를 받았다”며 “피해자로 인정을 받은 이상, 나는 일터를 옮기고 싶지 않다고 골백번은 얘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불리한 처우’를 하는 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ㄱ씨와 홀트 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사회복지지부 홀트지회)는 홀트 법인 이수연 회장을 대상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내고 고소장을 접수했다.

특히 노조는 홀트 법인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안일한 인식이 ‘2차 피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ㄱ씨 신고 이후 홀트 법인에서 기관장들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교육을 했는데, 여기에 참석한 이 회장의 발언도 논란을 부른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월27일 기관장 회의에 참석한 이 회장은 이날 오전에 있었던 직장 내 괴롭힘 교육과 관련해 “우리가…(직장 내 괴롭힘) 이런 게 이제 있으니 좀 민감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이 회장은 “30∼40건 신고를 하면 그 중에 하나 두 개는 직장 괴롭힘이라고 판정을 받는 거지, 딱 하나 정말 나쁜 사람이라 벌 받아야 된다 그런 거는 아닌 거 같다”, “(업무 관련) ‘피드백’이라는 이름으로 어떨 때는 답답해서 이렇게 하는 게 (…) 그중에 단 하나라도 걸리면 괴롭힘이 되더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기관장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취지일 수 있지만, 피해자 쪽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축소하거나 두둔하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한겨레>에 “(노조가 문제 삼은 발언 관련해서는) 너무 많이 신고를 하면 그 중 한 두 개는 걸리더라 그런 의미로 말한 것”, “갑질을 가볍게 여기고 비호하는 듯이 말할 정도라면 왜 그렇게 신속하게 교육을 시행했겠나” 등 갑질을 비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ㄱ씨 전보에 대해서는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무사를 선임해 조사를 시행했으며 불이익을 준 것이 아니고 횡적인 이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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