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 금리가 3%대 중반으로 떨어지면서 시중 자금이 다시 위험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선비즈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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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은행 예·적금으로 몰렸던 시중 자금이 다시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점차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은행 예금 상품의 금리가 3%대 중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증시에서는 올해 들어 6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에코프로 등 일부 종목의 급등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잇따른 악재로 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비트코인 등 일부 가상자산도 최근 눈에 띄게 상승 중이다. 금융 시장에서는 주식과 코인 시장에서의 고수익 사례가 낮은 은행 예금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 욕구를 자극해 시중 자금의 ‘머니무브’가 점차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3% 중반 수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NH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대표상품의 금리는 모두 3%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신한은행의 ‘쏠쏠한 정기예금’이 3.37%로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며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금리도 3.46%에 머물렀다.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과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금리는 각각 3.50%다. NH농협은행의 ‘고향사랑기부예금’이 3.80%로 시중은행 가운데 그나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금융 시장에서는 시중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은행 예금을 포함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예금 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내 시중은행의 예금 상품 금리는 5%를 넘어섰고, 저축은행 등 일부 금융사의 정기예금 상품은 6% 넘는 금리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갑작스럽게 파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SVB 이후 대형 은행이 잇따라 파산하거나 위기를 겪으며 금융 시장의 불안이 확산되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조기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채권 금리가 떨어진 것이다.
금융 당국의 입김도 예금 금리가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시중 자금이 지나치게 은행으로 쏠리자 정기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대출금리도 인하할 것을 계속 압박하면서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는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 대표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각 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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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코인 대박 사례 투자심리 자극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모색하는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처로는 최근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64조79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잔액 57조5036억원과 비교해 12.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CMA 계좌 수도 3591만개에서 3643만개로 증가했다.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에서 잇따른 고수익 사례가 나오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는 2차전지 소재 관련주인 에코프로의 경우 주가가 지난해 말 10만3000원에서 지난 11일 76만9000원을 기록해 금융 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 시장도 기지개를 켜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1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3만309달러를 기록, 최근 10개월 만에 3만달러를 돌파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진 데다, FTX의 파산과 테라·루나 사태 등이 발생한 후 시간이 지나 충격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다시 투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인 에코프로는 올 들어 60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에코프로 투자 인증글/블라인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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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자산 머니무브 가속화
금융 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6월부터 동결되고 하반기에는 인하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시카소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는 연준이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74.1%로 점친 뒤 6월 회의에서는 동결할 가능성을 68.7%로 예측했다. 7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나올 확률은 43.3%로 동결확률(40.6%)을 넘어섰다.
페드워치의 예상대로 하반기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현재 3%대 중반인 국내 은행의 예금 금리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금융 당국도 대출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은행이 수익 유지 차원에서 예금 금리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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