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에 대한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조원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이 6년 넘게 벌인 싸움이 공정위 승리로 끝났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소송에서 “공정위의 과징금 명령은 정당하며, 시정 명령 중 일부는 취소하더라도 과징금 액수를 깎아줄 필요는 없다”고 본 서울고법 판단을 13일 확정했다.
공정위는 2017년 1월 미국기업 퀄컴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1조311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막강한 시장 지배력으로 모뎀 칩세트 제조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에 ‘갑질’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금액은 2009년부터 퀄컴이 한국에서 번 38조원의 2.7%다. 퀄컴은 당시 이 돈을 일단 납부하고 소송을 냈다.
퀄컴은 기술 라이선스 사업을 하면서 자회사를 통해 모뎀 칩세트도 판다. 2G(CDMA), 3G(WCDMA), 4G(LTE)의 업계 표준기술 특허를 많이 보유했다. 이는 국제표준화기구에 ‘다른 사업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이(FRAND) 제공하겠다’고 해 인정받았다. 그런데도 삼성·인텔·비아 등 칩세트 제조사가 라이선스를 요청하면 불리한 내용을 적용했고, 칩세트를 사겠다는 휴대폰 제조사에는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퀄컴에 다른 칩세트 제조사는 라이선스의 고객이면서 칩세트 판매의 경쟁자다. 그런 이들에게 ‘우리와 계약하지 않은 휴대폰 제조사엔 칩세트를 팔지 말 것’(판매처 제한), ‘분기별로 칩세트를 누구에게 얼마에 팔았는지 알릴 것’(영업정보 보고) 등 조건을 붙였다. 2019년 12월 서울고법은 퀄컴의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또는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이날 “경쟁 모뎀 칩세트 제조사 및 휴대폰 제조사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함으로써 경쟁을 제한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와 라이선스 계약 때 표준·비표준 필수특허를 묶어 판매하고(포괄적 라이선스) 휴대폰 순판매가격의 일정 비율을 실시료로 받은 것, 또 그들의 특허를 무상 제공토록 조건을 붙인 것(크로스 그랜트)은 문제없다고 봤다.
공정위는 “휴대폰 제조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내용에 대한 위법성은 인정받지 못했으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FRAND 의무를 알면서도 반경쟁적 사업구조를 구축해 관련 시장에서 경쟁 제한 효과를 야기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