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이는 2월 상승률(4.8%)보다 0.6% 포인트 낮은 것으로 작년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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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근원물가’가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을 가를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의 ‘기저효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가 버티고 있는 한 물가안정 목표(연 2%) 달성이 요원해서다. 그간의 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근원물가란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근원물가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근원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의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완만하게 둔화하다 올해 2월 들어 4%대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전월(4.8%)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근원물가는 지난해 11월 4.3%로 정점을 찍은듯 하더니 감소 폭이 둔화했다. 3월에는 2월과 마찬가지로 4%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지표도 바로 근원물가다. 지난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수요 측면을 주로 반영하는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2차 파급효과 등으로 인해 방향성이 돌아서지 않거나 지속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은은 지난 2월에 이어 4월에도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면서 “연간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치인 3%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랐음에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전기ㆍ가스 요금 등을 덜 올렸다”며 “작년에 못 올렸던 전기ㆍ가스 요금이 반영되면서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좀 천천히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기에 전기ㆍ가스요금을 올릴 만큼 올렸다면 올해는 ‘기저효과’가 나타나 근원물가도 더 빨리 떨어졌을 거란 의미다.
여기에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다소 회복된 것도 근원물가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식 등 개인 서비스 물가는 가격이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상 행진은 멈췄지만, 연내 금리 인하에 돌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 부진 등 경기 하강 경보음이 커지고 있지만, 이른바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 총재도 11일 "시장에서는 마치 올해 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 같은 기대가 많이 형성돼 있다"며 "상당수 금통위원은 기대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지난해 에너지 가격 상승분만큼 전기ㆍ가스요금을 올려서 매를 한 번에 많이 맞고 빨리 지나가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였다고 하지만,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매를 조금씩 오래 맞는 고통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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