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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 고민가→호텔 개발 단바사사야마시 가보니

시청 외 현대식 건물 찾기 어려워…수백년 전 모습 보존

NOTE 개발·시 지원·주민 참여 맞물린 도시재생 사례

이주자 수 2017년 37명→2022년 174명으로 증가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효고현)=김빛나·신혜원 기자] 지난 2014년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라면 일본의 절반,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예측으로 일본 전역에 경종을 울린 ‘마스다 보고서’ 속 단바사사야마시는 ‘소멸 가능성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나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단바사사야마시는 고민가를 고급 호텔로 개발한 전통마을 도시재생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민간기업의 적극적 개발, 시의 행정적 지원,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 등 삼박자가 맞은 결과다. 이주자 수도 최근 5년 새 4배 넘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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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효고현 단바사사야마시 니시마치 거리에 있는 고민가 호텔 개발 전(위) 모습과 개발 이후 모습. [주식회사NOTE 제공·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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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오전 찾은 단바사사야마시는 일본의 항구도시로 잘 알려져 있는 고베와 같은 효고현에 위치한 지역으로, 고베에서 차로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에도시대 고민가를 형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 만큼 단바사사야마시에 들어서자 시청 건물을 제외하곤 현대식 건축물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리마다 족히 100년 이상은 돼 보이는 고민가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이날 단바사사야마시 고민가 개발사업 주체인 주식회사NOTE 관계자와 함께 둘러본 가와라마치 거리는 마치 400여년 전 일본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듯했다. NOTE 관계자는 “이 거리는 수백 년 전 일본의 모습을 담고 있고 고민가들 역시 200여년 전부터 이어져 온 건물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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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찾은 일본 효고현 단바사사야마시 니시마치 거리에 있는 주식회사NOTE가 개발한 고민가 호텔 객실 외관.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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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가 개발한 고민가 호텔 또한 흔히 떠올리는 호텔의 모습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호텔은 한 건물에 로비, 레스토랑, 객실 등이 있지만 단바사사야마시의 고민가 호텔은 가와라마치, 니시마치 거리 곳곳에 분산돼 있다. 거리 초입에 프런트가 있고, 도보로 5~10분 거리에 객실 1실이, 또 도보 5분여 거리에 호텔 편의시설이 있는 식이다. 평일 오전에 찾은 만큼 방문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휴일 손님을 기다리는 듯 거리에 있는 수많은 상점이 눈에 띄었다.

NOTE 관계자는 “마을 전체에 객실이 20개 있는데 프런트와 가장 먼 객실은 약 2.2km 거리에 있다”며 “걸어서 가려면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거리도 구경하고 상점도 방문하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낙수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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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단바사사야마시 도시재생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인 ‘분산형 개발’이 가능해진 건 지난 2013년 시가 속해 있는 효고현이 국가전략특별구역으로 지정된 덕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전략특별구역법을 제정했고 특별구역을 지정해 건축기준법 완화, 여관업법 특례 등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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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찾은 일본 효고현 단바사사야마시 니시마치 거리에 있는 주식회사NOTE가 개발한 고민가 호텔 객실 내부 모습.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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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의 고민가가 각기 다른 형태의 객실로 탈바꿈한 만큼 내부 구조도 각기 다 다르다. 1박에 숙박비 3만엔(우리 돈 약 30만원) 정도라는 이 호텔은 일본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들이 찾아오고 있고, 주로 40·50대 투숙객 비중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단바사사야마시 고민가 개발에는 NOTE뿐 아니라 시의 전적인 지원도 함께했다. 특히 시는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발사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단바사사야마시 창조도시과 소속 스미다 히로키 씨는 “행정기관이 사업을 주도하게 되면 법률적인 어려움도 있고, 정부의 입장도 신경 써야 하는 한계가 있는데 NOTE 측에서 고민가 개발사업 제안을 해줘서 오히려 고마웠다”며 “시는 어디까지나 철저히 NOTE의 개발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재정적 지원, 주민 대표와 NOTE를 연결시켜주는 일 등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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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찾은 일본 효고현 단바사사야마시 시청 외관.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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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시에선 늘어나는 빈집 활용을 위한 여러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민이 빈집을 수리할 때 거주용, 사업용에 따라 최대 300만엔(약 3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청년 혹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구라면 거주용으로 빈집을 수리할 때 지원금을 더 지급한다. 또한 260개의 시군구읍에 ‘빈집 협력자’를 두고 빈집 소유주 중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인 주민을 위한 상담제도도 있다.

물론 단바사사야마시 역시 이러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팔라지는 빈집 증가세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고민가 개발, 빈집 활용 정책들을 통해 인구감소 및 빈집 증가 추세를 둔화시키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전한다. 스미다 씨는 “현재도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도시재생사업들을 진행하고 나서 그 추세가 완만하게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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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만난 단바사사야마시 이주자 도다 게이지(오른쪽)-유미코 부부. 고베에서 이주하기 위해 단바사사야마시의 고민가를 매수해 수리하고 있는 이들은 “고민가를 사고 난 후 이곳 지역주민과 교류를 시작했는데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 지역활동에 더 자주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주 후 이곳에서 장사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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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력에 단바사사야마시로의 이주자도 최근 몇 년 새 늘어났다. 단바사사야마시로의 이주를 고민하는 타 지역민의 상담 건수는 지난 2017년 312건에서 2021년 947건, 2022년 860건으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제 이주 가구 수 역시 2017년 15가구에서 2022년 64가구로, 이주 인원수는 같은 기간 37명에서 174명으로 증가했다. 고민가 개발사업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와 시의 적극적인 빈집 대응책 덕분이다.

고베에 거주하다가 단바사사야마시로 이주하기 위해 빈집을 매수해 수리하고 있는 도다 게이지-유미코 부부는 “고베와 가깝기 때문에 단바사사야마시로 드라이브를 자주 왔었는데 동네 분위기가 좋아서 나중에 여기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고민가를 사고 난 후 이곳 지역주민과 교류를 시작했는데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 지역활동에 더 자주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주 후 이곳에서 장사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hwshin@heraldcorp.com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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