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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갑질 해결에 10년?…‘세계 최초 법’ 쥐고도 침묵하는 방통위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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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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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5년, 이제부터 소송에 또 5년이겠죠.”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에 과징금 421억원을 부과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내 게임·콘텐트 앱 개발사들은 화색 아닌 한숨을 보였다.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 한국 게임사들이 원스토어(국산 앱 마켓)에 게임 내는 걸 막았다’며 공정위가 조사 5년 만에 내린 결론에 대해서다. 구글이 이를 받아들이기보다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앱 시장 정상화는 그만큼 늦어질 거라는 얘기다.

섣부른 비관이라 보기에는 전례가 있다. 앞서 공정위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변형을 금지했다’며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한 건은 조사에서 처분까지 만 5년이 걸렸고(2016~2021년), 이후 구글이 권고 및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해 2년째 재판 중이다. 이번 공정위 앱 마켓 심의도 도중에 구글이 ‘공정위 심사에 사용된 타 기업 영업비밀을 열람하게 해 달라’ 소송을 내 2년이 지연됐다(대법원에서 기각).

공정위는 구글의 ‘인앱(In App) 결제 강제’ 건도 2년째 조사 중이다. 구글이 결제 대금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떼는 인앱 결제 방식을 국내 전자책·음원·게임 같은 콘텐트사에게 강제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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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구글의 앱 마켓 관련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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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트랙’ 2년 전에 만들었는데



그런데 한국에는 2년 전 ‘빠른 길’이 생겼다. 구글·애플 같은 앱 마켓 사업자가 개발사에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걸 막는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홍정민·조승래(더불어민주당), 박성중(국민의힘), 양정숙(무소속) 의원 등이 각각 내놓은 안이 병합돼 2021년 8월 통과됐고, 국회는 당시 ‘세계 최초의 앱마켓 규제법’이라며 자축했다. 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인앱 결제를 강제한 앱 마켓 사업자에게 해당 매출의 최대 2%를 과징금으로 매길 수 있다.

경쟁법 전문가인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앱 결제는 공정거래법 틀 안에서 해결이 가능하며, 사안마다 규제법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방통위가 공정위보다 (규제에) 유리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력 남용’과 ‘경쟁 제한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데, 방통위는 ‘특정 결제방식 강제는 불법’이라고 규정한 법에 따라 위반 여부만 따지면 되기 때문이다. 앱 마켓 사업자의 갑질을 규제하는 일종의 패스트트랙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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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방통위도 공정위도 ‘무소식’



지난해 4월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구글 임원을 만나 “웹 결제 아웃링크를 제한해 실질적 인앱 결제를 강제하면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라고 경고했고, 지난해 11월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국내 앱 개발사들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빅테크가 독점한 앱 마켓 시장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두 곳 모두 소식이 없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021년 공정위에, 지난해 4월에는 방통위에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로 인한 피해를 신고했지만 1년 이상 ‘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듣는 중이다. 협회는 중앙일보에 “감독 기관이 두 곳인데도 진전이 없으니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방통위·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후인 지난해 7월, 구글 앱 마켓이 카카오톡 앱의 업데이트를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 카카오가 이모티콘을 싸게 살 수 있는 외부 링크를 앱에 올리자 구글이 문제 삼은 것. 결국 카카오는 결제 링크를 삭제했다. 국내 IT 업계에서는 “방통위 조사 기간에도 이럴 줄은 몰랐다”며 구글에 혀를 내둘렀다.

국회 과방위 소속의 다수 의원실에서는 “방통위가 조사를 마쳐 놓고도 내부 문제로 처리를 미룬다”라고 주장한다. 결과보고서를 위원장 등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의결해야 하는데, TV조선 채널 재승인 방해 건으로 한 위원장이 수사받는 중인 데다가 상임위원 교체 시기와 맞물려 지연되고 있다는 것.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측은 중앙일보에 “(인앱 결제 강제 건) 결과보고서 마무리 단계”라면서도 “상임위원들께 보고드리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라고 했다. 그게 언제냐는 질문에는 “정해진 일정은 없다”라고만 했다.



갑질 막는 새 법안도 나왔지만



여야는 다시 새 법안을 내놨다. 구글·애플 같은 사업자가 제3의 앱 마켓 설치를 허용해야 한다는 ‘사이드로딩 허용법’을 김영식(국힘)·김영주(민주)·양정숙(무소속)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했고, 김영식 의원은 ‘앱마켓 순위 발표 금지’ 법안도 냈다. 게임사들이 ‘구글 매출 1위’같은 문구로 홍보하려고 특정 앱 마켓에만 게임을 출시하는 현상을 막아보겠다는 것. 게임·테크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법이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법이 있다고 도움되진 않는다”라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지난 2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본 모바일 앱 생태계는 애플과 구글이 완전하게 지배한 상태가 되어 경쟁을 저해한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이 개발사에 ▶특정 모바일 기능 접근 차단 ▶고객과 집적 소통 차단 ▶과도한 수수료 부과를 하고 있다며, 감독 강화를 예고했다. 앞서 일본 공정위는 2021년에도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를 조사해, ‘음악·전자책 등 콘텐트 구독 앱의 외부 결제 링크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받아냈다. 국내 산업에는 ‘세계 최초’라는 구호나 새롭고 기발한 법보다도, 한 걸음의 진전이 절실하다. 돈과 시간, 기술이 빅테크 편인 건 어쩔 수 없다지만 그럴수록 입법과 행정이 약자들에게 ‘제 때의 아군’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심서현 IT산업부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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