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정기회의에서 박원규 부장판사는 의장으로, 김규동(45·연수원 34기) 서울고법 판사는 부의장으로 각각 선출됐다. 박 부장판사는 단독 출마했다고 한다. 의장 후보로 천거된 다른 법관들은 모두 고사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박원규 대전지법 부장판사./대법원 법원행정처 |
박 부장판사는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으로 근무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서울남부·서울서부지법 등에서 부장판사를 지냈다. 김규동 판사는 서울행정법원 판사, 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 등을 지냈다. 김 판사도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03년 처음 개최됐고,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계기로 2018년 공식 회의체로 전환되면서 조직도 갖췄다. 상·하반기 한 차례씩 1년에 두 차례 회의를 열어 왔다. 취지는 일선에서 재판하는 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대법원장을 견제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법과 인권법 소속 판사들이 초기부터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주도하면서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2018년 이른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됐다는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당시 운영진이 법관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탄핵 발의자와 찬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우리법과 인권법 출신들은 ‘김명수 대법원’에서 요직에 발탁되는 등 법원 내 주류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법원 안팎에서 제기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역대 의장은 2017년 이성복 부장판사(국제인권법), 2018년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우리법), 2019년 오재성 부장판사(우리법·국제인권법), 2021년 함석천 부장판사(국제인권법)로 이어졌다. 상설화 이후 첫 의장을 맡았던 최기상 의원이 2020년 민주당 공천으로 서울 금천구에 출마해 당선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지금도 법원 내부에서 나온다. 최 의원은 최근 대통령이 지명할 대법원장 후보자를 사실상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대통령 인사권 침해’ 논란을 자초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내부 분위기는 2021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21년 초 김 대법원장이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그런 적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한 사실이 드러난 게 계기였다는 것이다. 2021년 4월 의장으로 선출된 함석천 부장판사의 경우, 인권법 회원이지만 중도 성향으로 알려졌다.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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