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원유 가격 ‘제품값’ 반영 미뤄져
정제마진 5달러대로 추락…손익분기점 수준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 1600원대로 치솟아
유류세 인하도 종료…도매가 공개 압박 우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들은 내달부터 올해 말까지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원유 생산량 추가 감산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하루 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한 것과 합치면 총 감산 규모는 하루에 366만 배럴에 이를 전망이다.
갑작스러운 OPEC+의 감산 소식에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수입 원유 가격이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4월 첫째 주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7.3달러 오른 배럴당 84.7달러를 기록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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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오르자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월 첫째 주(2~6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ℓ)당 1600.9원으로 전주보다 7.3원 상승했다. 주간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이 16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첫째 주 이후 4개월 만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유사 수익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국제 유가를 따라 상승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제품 가격 상승이 더디게 나타나면 오히려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금처럼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정제마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수요 위축으로 정유사들이 유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마진이 오히려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고유가 상황 속에서도 배럴당 5.3달러를 기록하며 전주(7.7달러) 대비 2.4달러 하락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등을 뺀 금액이다. 업계에선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계산한다.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와 별개로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정유사를 향한 여론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이달 말 유류세 인하(휘발유 25%·경유37%) 조치를 종료해 국내 휘발유 판매 가격이 치솟을 경우 유류 도매가 공개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어서다.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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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유류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오는 14일 개정안 심의를 진행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휘발유 판매 가격 상승 체감 효과 더 커질 수 있다”며 “유류 도매가 공개에 대한 여론 형성 계기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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