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소비자물가 두달째 4%대...1년 만에 가장 낮아
美 2월 PCE 물가, 예상치 하회...연준 긴축 완화 주목
정부, 정책 기조 '경기부양' 전환하나...시기상조 지적도
3월 물가 4.2%↑, 1년만에 상승폭 최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4% 초반대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둔화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이는 2월 상승률(4.8%)보다 0.6% 포인트 낮은 것으로 작년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2023.4.4 jin90@yna.co.kr/2023-04-04 12:24:23/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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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징조가 뚜렷해지면서 정부가 부양책 카드를 꺼낼 시점을 놓고 고심 중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도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되면서 정책을 추진할 여건이 조성됐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여전히 주저하는 모습이다. 특히 세수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재정 집행에 나서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韓·美 물가 상승세 동시 둔화···인플레 압력↓
4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2%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이 2년여 만에 가장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2월(4.8%)에 이어 3월까지 두 달 연속 4%대 물가를 찍자 정부는 2분기 이후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하는 추세"라면서 "지난해 상반기에 많이 상승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좀처럼 잡히지 않던 미국 물가 역시 정점을 찍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달 31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5%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4.6% 상승했다. 두 수치 모두 1월보다 각각 0.3%포인트, 0.1%포인트 줄었다. 월가 예상치보다 0.1%포인트씩 낮은 수치다.
여기에 미국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도 끝물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 '경기 부양' 전환하나···시기상조 지적도
국내 물가 상승률 둔화에 미국발 호재까지 겹치면서 우리 정부로서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형국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여론 악화로 머뭇거렸던 에너지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고 재정 지출을 통한 각종 내수 부양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수출 부진이 워낙 심각해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책 없이는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 지표 관리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다만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게 반론의 이유다. 3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4.8%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0.6%포인트 높았다.
재정 건전성 악화와 세수 감소 등도 부양 카드를 꺼내는 데 부담되는 변수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단기간에 재정 부양을 위한 여러 시도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원으로 1년 전(970조7000억원)보다 97조원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건전 재정 기조를 강조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채무는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세수 감소 폭도 심상치 않다. 지난 1~2월 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조원 가까이 줄었다. 이 때문에 3월부터 연말까지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세금이 들어오더라도 연간 세수는 정부 계획보다 20조원 넘게 모자라게 된다.
문제는 3월 이후 국세 수입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자산 가격 회복세가 더딘 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법인세 수입도 당초 예상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가 늘고 수입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재정 당국은 '세수 펑크'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하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상저하고' 주장도 굽히지 않는 분위기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국세 수입이) 2분기 이후에는 1분기보다 좋은 흐름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하반기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 1월과 2월 세수 부족 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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