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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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산유국들의 전격적인 추가 감산 조치에 국제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일부에서는 연말에는 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오름세로 전환되고 사실상 유가와 연동된 전기요금 상승 압력도 커지면서 유류세 인하 연장과 전기요금 인상 등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6.28% 뛴 배럴당 80.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 충격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요금 상승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액화천연가스(LNG)지만, 장기 계약물량 가격은 주로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대표적인 에너지 상품인 유가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LNG 물량의 약 80%는 장기 물량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사실상 결정하는 것은 유가”라며 “대부분 기관에서 유가가 ‘상저하고(상반기 낮고 하반기 높고)’를 예상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여당에서는 LNG 가격이 올해 들어 하락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 폭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2분기 연료비를 결정하는 최근 3개월간 LNG 평균 가격은 ㎏당 1560.7원으로 전분기(1861.4원)보다 떨어진 상태였다.
국제 원유가격 추이 |
국내 휘발유 가격 추이 |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다음달 말로 다가온 유류세 인하 종료 시점을 앞두고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리터(ℓ)당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593.6원, 경유는 1521.8원으로 내림세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다음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유가 반등으로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경우, 혜택 인하 축소에 대한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는 휘발유·경유 가격 추이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을 아우르는 유류세를 조정한다. 2021년 11월 유류세를 20%(휘발유 164원·경유 116원) 내린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기름값이 ℓ당 2000원 안팎으로 치솟자 인하 폭을 37%(휘발유 304원·경유 212원)로 확대했다. 이후 휘발유 가격이 점차 낮아지면서 정부는 경유 인하 폭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일단 휘발유만 25%(205원)로 조정했다. 유류세 인하 폭이 37%에서 25%로 축소될 당시, 휘발유는 ℓ당 99원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주요 기관들은 유가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기침체 우려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석유 수요의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OPEC+ 감산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로, 하반기에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서 유가는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에서는 이번 감산 조치로 올 연말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높였다. 내년 전망은 배럴당 97달러에서 100달러로 더 올려잡았다.
다른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산 조치 이전에도 하반기 들어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며 “하반기에 꾸준히 올라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8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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