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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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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총리는 짐 싸고… 대통령은 나토 국기 게양식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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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집정제 두 지도자의 엇갈린 '희비쌍곡선'

이원집정제 국가인 핀란드에서 ‘1인자’ 대통령과 ‘2인자’ 총리의 뚜렷한 희비쌍곡선이 눈길을 끈다. 핀란드 정부 형태는 원래 대통령제에 가까웠으나 개헌 등을 거치며 총리 권한이 크게 늘어나 오늘날 경제와 치안 등 내정은 사실상 총리가 책임을 지고 있다. 다만 국민 직선으로 선출되는 대통령도 외교와 국방을 주도하는 등 존재감이 매우 크다.

세계일보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핀란드 의회를 통과한 나토 가입에 관한 법률안에 서명하고 있다. 니니스퇴 대통령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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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대통령실은 3일(현지시간)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이 4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열리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식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마침 이날은 1949년 4월4일 미국 워싱턴에서 나토가 창설된 지 꼭 74주년이 되는 기념일이다.

이날 브뤼셀에선 나토 기존 회원국 30개국에 새 회원국 핀란드까지 31개국 외교장관이 모여 회의를 연다. 핀란드 외교부는 회의 개회 직전 자국의 나토 가입서를 미국 국무부에 기탁함으로써 가입 절차를 완료하게 된다. 이는 나토가 미국에서 창설된 만큼 모든 회원국은 가입서를 미국 정부에 기탁하도록 한 나토 조약에 따른 것이다.

현재 나토 본부 앞에는 30개 회원국 국기가 내걸려 있다. 이날 가입 절차 완료에 따라 31번째 회원국 핀란드 국기 게양식도 열리게 된다. 올해 74세로 2012년 3월부터 벌써 11년 넘게 재직 중인 니니스퇴 대통령으로선 정치 인생 최대의 영예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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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핀란드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사민당이 참패함으로써 물러나게 된 산나 마린 총리가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헬싱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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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산나 마린 총리는 관저의 짐을 싸야 하는 처지다. 지난 2일 핀란드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사민당(43석)이 우파 정당들에 참패해 원내 3당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1당이 된 중도 우파 성향 국민연합당(48석)이 정국 주도권을 쥔 가운데 2당인 극우 성향 핀란드인당(46석)의 향후 행보도 주요 변수다. 우파 및 중도 정당들이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는 경우 국민연합당 페테리 오르포 대표를 총리로 하는 새 내각이 출범하게 된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직후 마린 총리는 패배를 시인하고 물러날 뜻을 밝혔다.

마린 총리는 2019년 사민당을 주축으로 좌파·중도 정당들이 연립내각을 꾸릴 당시 34세의 젊은 나이였다. 한동안 ‘세계 최연소 총리’로 통하며 국제사회 이목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니니스퇴 대통령이 80년가량 유지해 온 중립 노선을 내던지고 나토 가입 신청을 결정하자 마린 총리도 이를 적극 지지했다. 대통령과 역할을 분담해 나토 회원국 일부를 찾아가 ‘핀란드의 가입을 지지해달라’는 요청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현지 언론은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마린 총리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핀란드가 나토 회원국으로 거듭나는 역사적 순간 정작 마린 총리는 짐을 챙겨 관저를 비우고 야당 정치인으로 내려앉아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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