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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원내대표 이모저모

[취재파일] 조용한 與원내대표 선거…"김학용-윤재옥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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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곧 새 원내사령탑을 뽑습니다. 지난해 9월 주호영 원내대표가 선출된 지 약 반년 만입니다. 원래 원내대표 임기는 1년이지만, 주 원내대표가 중도 사퇴한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만 소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는 7일 오전 10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15명을 대표하는 여당 원내대표의 책임은 막중합니다. 정부 정책의 집행을 위해 야당과 끊임없이 협상해야 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새로 선출될 원내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김학용-윤재옥' 2파전…"수도권 원대론" vs "TK 역할론"



선거를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내비친 의원은 김학용 의원(4선·경기 안성)과 윤재옥 의원(3선·대구 달서을) 2명입니다. 윤상현 의원(4선·인천 동미추홀을)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김학용-윤재옥 양강 구도'를 깨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원내대표 하마평에 올랐던 박대출 의원(3선·경남 진주갑)은 출마를 고심하다 신임 정책위의장이 됐고, 김태호 의원(3선·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은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직 소임에 집중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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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영남 출신인 만큼 수도권 출신이 원내대표가 돼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겁니다. 김 대표와의 인연도 강조합니다. 김 대표가 새누리당 시절 정책위의장을 맡았을 때 김 의원은 수석부의장으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습니다.

윤 의원은 'TK 역할론'을 강조합니다. 현재 선출직 지도부에 TK 출신 현역 의원이 없는 만큼 대구를 지역구로 둔 윤 의원이 원내대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TK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SBS에 "보수당의 기반이 TK인데 이번에 윤 의원이 비중 있는 역할을 맡지 않으면 TK 민심이 돌아설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두 의원 모두 선거운동에 진심입니다. 김 의원은 점심을 두 번 먹을 정도로 동료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 왔습니다. 김 의원 스스로 자신은 '친화력'이 강점이라며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윤 의원도 적극적입니다. 시간을 20분 단위로 쪼개가며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혀왔습니다. 김 의원보다 다소 친화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특유의 '진중함'으로 의원들과 오랜 시간 소통해 왔다고 자평했습니다.

너무도 조용한 선거…"누가 되든 친윤 일색"



국민의힘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 지난 3.8 전당대회와 달리 원내대표 선거는 조용하기만 합니다. 긴장감도 떨어집니다. 후보 수가 적은 탓도 있겠지만, 결국 두 후보가 다른 점보다는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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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과 윤 의원은 닮은꼴입니다. 1961년생 소띠로 나이도 같습니다. 서로가 사석에서는 '학용아', '재옥아'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친구 사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두 의원 모두 '친윤계' 인사로 분류됩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안성 보궐선거에 출마해 윤 대통령과 합동 유세를 벌였습니다.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의원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의원 역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입니다. 대선 때 당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을 지낸 것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거친 언사나 비방도 없습니다. 두 후보가 서로를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합니다. 선거철마다 흔히 도는 '지라시'도 없고, 동료 의원들의 관심도 떨어지는 편입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SBS의 질문에 "두 의원 모두 친윤이고, 누가 되든 당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며 "당일에 누구를 뽑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가 원내대표가 되든 결국 '친윤 지도부'가 될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김기현 대표가 '연포탕'(연대·포용·탕평)으로 당내 인사를 아우르겠다고 공언했지만, 임명직 당직자를 포함해 원내대표까지 친윤계가 앉게 되면 '친윤 일색'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긴 어렵습니다.

떨어지는 지지율…새 원내사령탑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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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더불어민주당은 35%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20대(18∼29세)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속히 빠졌습니다. 지난해 3월 넷째 주 국민의힘 20대 지지율은 40%였지만, 1년 뒤인 올해 3월 넷째 주는 22%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친윤계 독식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 69시간 근로시간을 둘러싼 혼선입니다. 집권당이 용산 대통령실만 쳐다보는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면서 당정 간 엇박자를 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대표와 더불어 '투톱'으로 불리는 원내대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아닌 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원내대표의 역할이 필요한 겁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여야 관계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용산 대통령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도 민주당과의 협치를 추진해야 하는데, 김 대표가 '당정대 일체'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원내대표의 협상 재량권이 제한적일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협상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 역시 새 원내대표의 과제입니다.

원내대표 성공 방정식의 변수는 많습니다. 민주당의 새로운 원내대표가 누가 될지도 관건입니다. 총선을 앞둔 여당 원내대표 자리가 독이 든 성배가 될지 영광의 면류관이 될지. 선거는 조용히 치르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성훈 기자(sungh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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