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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월세 100만원 우습다고? ‘요상한 셈법’에 두번 우는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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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월세전환율 4% 돌파
1년전보다 1%포인트 올라
전세보증금 1억 월세 전환때
年 100만원 부담더 늘어나
“금리 진정되면 전세 수요 늘 것”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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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 여파로 전세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월세 가격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월세 비용 증가를 나타내는 전월세전환율도 상승추세다.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하는 전월세전환율은 서울은 4%대를 돌파했고, 경기도는 5%를 넘어섰다.

전월세전환율 5%는 전세보증금 2억원을 월세로 환산할때는 매월 84만원을 부담해야한다는 뜻이다. “요즘 웬만한 집 월세는 100만원도 우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3%대에 머물던 전월세전환율이 시중 전세대출 금리 수준까지 오르면서 전세나 월세를 선택해야하는 수요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2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4.08%로 나타났다. 한 달 전 3.98% 대비 0.1%포인트(p) 올랐다. 서울 전월세전환율이 4%대를 기록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경기도 전월세전환율도 이달 5.09%로 2020년 8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KB부동산 전월세 전환율은 보증금과 월세의 변환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전월세전환율이 3%라면 전세금 1억원을 월세로 바꿀 때 세입자는 1년 동안 총 300만원(매달 25만원)을 내야한다. 전월세전환율이 높아질수록 월세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2020년 하반기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임대차법이 그해 7월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전셋값이 치솟는데 월세는 그 상승세를 못따라가 전월세전환율이 내려간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전세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고 전세대신 월세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월세 거래는 사상 최대였다.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60만6686건으로 전년 대비 0.1%p 감소했지만, 월세 거래량은 45만2620건으로 전년 대비 28.5% 증가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42.7%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월세전환율은 보증금을 높이거나 줄일때 변화하는 금융비용과 월세 비용을 비교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경기도 수원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혼부부나 젊은 부부들은 월세는 무조건 기피했는데 작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세대출 금리가 5~6%인데 월세가 더 싸니까 반전세나 급하게 나온 월세로 많이들 갈아타셨다”고 했다.

월세 수요가 늘다보니 월세 가격은 오르고 있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92만원으로 2년 전 같은 기간 평균 85만원에서 8.1% 올랐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월세전환율은 임대수익률과 연관이 높다. 보증금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돈을 빌리는 사금융의 성격을 갖는다. KB부동산은 “임대수익률과 전월세 전환율이 대체로 비례하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는 월세 수익률은 매력이 없었지만 요즘은 월세 가격이 상승해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은 꽤 쏠쏠하다. 5% 전월세전환율이면 괜찮은 상가 수익률”이라고 했다.

월세는 상승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금리 인하 기조가 주춤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조짐이 보인다. 전세 금리는 떨어지는 추세여서 1년전에 비해 월세가 꼭 유리하다고 볼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전세대출 금리는 한 달 전 4.44~6.54%에서 현재 3.75~6.10%로 하단이 이미 3%대에 진입했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3%대 전세대출 상품을 내놓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최대 4억까지 보증하는 ‘고정금리 협약전세자금보증’ 대출을 출시했다.

전세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KB는 다음달 전국 전세가격전망지수를 77.3에서 82.6으로 올렸다. 전세 거래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2월 1만2603건으로 1월(1만537건) 보다 2000여건 더 증가했다. 다만 전년동월(1만3109건) 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전세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바닥을 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작년부터 전세대출 금리 부담에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매물이 많이 쌓였고 그러다보니 전세가격 폭락도 가팔랐는데 공급이 유독 많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세 하락폭이 둔화되고 있다”면서 “대출 금리가 진정되면서 이제는 전세보다 월세가 꼭 유리하다고 볼수만은 없다. 여기서 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하면 전세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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