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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MS, 블리자드 인수 탄력 받나… EU·英이어 日서도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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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 개발사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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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687억달러(89조원)에 인수하는 사상 최대 빅딜을 진행하는 가운데, 일본 경쟁 당국도 이를 승인하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는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면 시장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반대해왔는데, 유럽연합(EU)과 영국 등도 입장을 잇따라 선회하면서 올해 안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경쟁에 실질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라며 일본 내에서 합병을 진행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러면서 “인수와 관련된 제출물 검토를 완료했고 인수를 중단하라는 명령은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것은 인수 규모가 게임산업 역사상 최대일 뿐 아니라, 향후 게임업계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콘솔 시장은 MS의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 닌텐도 스위치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블리자드를 MS가 인수한 뒤 인기 게임인 ‘콜 오브 듀티’를 경쟁사에 배급하지 않으면 독과점을 피할 수 없고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2003년 출시 이후 20년간 300억달러(39조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인 게임이다.

소니도 콜 오브 듀티가 시장에서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반대해왔다. 해당 게임이 특정 콘솔 업체에 종속되면 장기적으로 품질 저하와 가격 인상 등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MS가 콜 오브 듀티 새 버전이 나오면 10년 계약으로 플레이스테이션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소니는 이를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쟁당국은 결국 합병을 승인한 것이다.

영국의 반독점 규제 기관인 경쟁시장청(CMA)도 지난달 예비조사 결과 발표에서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고 나면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들의 선택은 좁아지며, 혁신도 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MS는 “콜 오브 듀티를 독점하지 않고 소니와 같은 경쟁 콘솔 제조업체에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또 다른 경쟁사인 닌텐도와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 등에도 10년간 콜 오브 듀티를 공급하기로 하는 장기 계약을 맺었다. 블리자드 인수와 관련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에 CMA도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꿨다. CMA는 지난 24일 “MS가 콜 오브 듀티를 독점하려 할 경우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이득보다는 손실을 볼 것임을 가리키는 새로운 데이터가 나왔다”고 전했다. 또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MS의 블리자드 인수에 대한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며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콘솔 게임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MA는 내달 중 인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U집행위원회도 내달 중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MS가 경쟁사에 콜 오브 듀티 라이선스 계약을 제공한다면 EU집행위원회도 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사 합병의 최대 걸림돌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다. FTC는 아예 법원에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막아달라고 제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영국, 일본 등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 재판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MS가 각국 규제기관들, 특히 CMA나 EU, FTC 중 한 곳이라도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블리자드를 인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규제 기관들의 마음을 모두 돌린다면 게임업계에 다양한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블리자드의 또다른 인기작들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등이 MS의 엑스박스 라인업에 들어갈 수 있고, 콘솔이나 PC게임이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될 수도 있다”며 “오는 6월 정식 출시되는 디아블로4도 여러 형태로 활용될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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