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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장항준의 불꽃 응원가, ‘리바운드’[한현정의 직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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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라 전반전, 진가는 후반전에..


스타투데이

‘리바운드’ 스틸. 사진II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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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전반전만 버티면, 후반전부턴 흠뻑 취한다. 기적의 실화 안에 짠블리(짠내나는 러블리) 캐릭터들의 무해한 열정 에너지가 뿜뿜이다. 논스톱 잔잔바리 유머의 타율도 좋다. 유치하고 뻔해도, 올드한 면도 있지만, 어쩐지 장항준 감독을 닮은 마성의 인간미가 물씬 느껴진다.

스포츠 영화의 미덕을 오롯이 살린 진정성과 긴박한 플레이로 만든 극적 서스펜스, 실화의 감동을 극대화 시킨 회심의 엔딩까지. 장항준 감독의 반가운 본업 복귀, ‘리바운드’다.

영화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담는다.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농구대회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팀 부산 중앙고 농구부가 써 내려간 실제의 명승부를 영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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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 안재홍 스틸. 사진I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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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안재홍)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농구부 인원은 단 2명.(그것도 농구에 전혀 흥미도, 실력도 없는.) 양현은 모든 자료와 인맥을 총동원, 길거리 캐스팅까지 나서며 고군분투 끝에 팀을 꾸린다.

하지만 전국대회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경기 직전, 믿었던 에이스가 사라지고, 팀워크가 완전히 무너진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얻는다. 좌절하던 양현은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나 다시금 아이들과 뭉친다. 재기도, 명예도, 대리만족도 아닌, 앞으로 계속될 제자들과 자신의 빛나는 ‘인생’을 위하여.

사실 본격적인 시합이 펼쳐지기전 이 같은 드라마는 진부하다. 작위적 위기와 뻔한 깨달음, 코치 안재홍의 원맨쇼나 ‘헝그리 정신’을 앞세운 짠내나는 ‘청춘 스웨그’도 올드하다. 요즘 청춘들의 고민과 좌절의 ‘결’과 사뭇 동떨어진 느낌도 있다. 다만 고구마 억지 빌런이 없는 점은 굉장히 좋다.

특히 최근 흥행 참패를 맛본 진선규 첫 주연작이자 ‘88 서울 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편파 판정 논란과 함께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한 박시헌 감독은의 실화를 담은 ‘카운트’의 농구 버젼을 보는듯도 하다.

약 1시간가량의 전반부는 분명 그랬다. 반가운건 중반부에 들어서부터 후반부, 엔딩에 이르기까지 점층적으로 빛을 발휘하는 무서운 ‘뒷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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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 스틸. 사진II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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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적은 인원이지만 서로의 아픔을 끌어 안으며 ‘전우애’로 똘똘 뭉친 ‘중앙고 6인방’은 예선부터 한 경기 한 경기 승전보를 울리며 관객의 감정을 사정없이 뒤흔든다. 실제 경기를 지켜보는듯 중계석의 설명에 따라 몰입도는 치솟는다. 위기를 타개할 때마다 카타르시스가 터지고, 한계에 다다른 이들의 피땀 눈물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울컥한다.

든든한 조력자로, 동료이자 가족처럼 이들을 이끄는 안재홍의 눈빛은 관객에게 수신호를 보내는듯하니, 어느새 관객들도 뛴다. 이들의 노력과 절실함, 눈물겨운 투혼을 목도하며 함께 끓어오른다. 실수와 실패를 만회하려 다시 얻은 기회를 붙잡으려는, 이들의 ‘리바운드’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렇게 전율을 느낀다.

적재적소에 울려퍼지는 음악도 이 전율의 순간을, 뭉클함을 극대화시키는데 크게 한 몫한다.

영화는 마치 장항준 감독을 닮았다. 뻔한 이야기도 뻔하지 않게 전하는 재능,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비범한 성정, 조금은 뻔뻔하고 헐거워도 그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묘한 극호 에너지, 힘들고 우울한 누군가를 보면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 것같은 해맑음, 약하고 만만한듯 절대 꺾이지 않는 우직함까지.

영화는 버티고 버틴, 장 감독의 ‘리바운드’ 그 자체다. 물론 이 ‘리바운드’가 그의 ‘슬램덩크’가 될 수 있을지는 관객에 달렸지만.

오는 4월 5일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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