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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차세대 반도체·배터리·모빌리티…한일관계, 새로운 먹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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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공식 대화 채널 복원해야”
공동 기술개발, 합자회사에 공유
‘반도체·배터리·모빌리티’ 협력 주문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경제계가 한일관계의 새로운 경제협력 방향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한계에 직면한 국내 주력 산업의 활로를 찾고 약점을 보완할 방편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한일관계 정상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제시한 데 그치지 않고 협력 분야와 방안을 구체화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경련, 대화 채널 복원·공동 기술개발 주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8일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신산업 분야 한·일 협력 증진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한일 간 협력을 뒷받침할 정책과제가 담겼다.

보고서는 한일 양국 정부가 기업인들에게 ‘정치적 리스크는 경제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정책과제로는 정부 기관의 공식적인 대화 채널 복원을 제안했다. 한일관계가 악화되기 전 추진했던 소재·장비 협력 방안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일 국책연구기관 간 공동 연구를 통해 성과를 공유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반도체와 같은 핵심 기술에 관한 공동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한일 합자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자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술 격차가 줄면서 경쟁 관계에 놓인 산업이 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합자회사를 통한 기술 공유로 협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

신산업 분야에서는 공동 컨트롤타워를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산업 분야는 생태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영역도 있는 만큼 컨트롤타워에서 기업의 협력 대상을 매칭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민간 상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 창구를 개설하는 방안도 내놨다.

양국 간 신산업 협력 ‘반도체·배터리·모빌리티’
양국이 협력해야 할 신산업 분야로는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모빌리티 등을 꼽았다. 이는 미국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을 추진하는 대상이 되는 분야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그동안 구축된 소재·제조 장비 협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업에, 일본은 소재·장비 부문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의 경우 제품 설계·제조 공정의 변화뿐만 아니라 핵심 소재의 세대 교체도 고려해야 한다. 보고서는 “현재 반도체 생태계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주도 아래 자유롭지 못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소재·제조 방식의 차세대 반도체 개발이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전기차·배터리 분야는 다른 산업보다 협력 필요성이 강조된다. 원자재 확보를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 설계력 강화를 통한 안전성 확보, 제조 공정기술을 통한 물량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 회사와 일본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협력한 사례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는 합작법인 ‘LH배터리컴퍼니’를 설립해 지난달 말 미국 오하이오 공장 착공에 나섰다.

보고서는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 산업과 달리 설비 자체보다는 소재 자체의 기술력에 많이 의존하는 산업”이라며 “상호 협력을 통해 한일 기업의 각자 경쟁우위 활용하고 시너지 효과를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양국 간 기술 협력 기회를 여러 부문에 걸쳐 포착할 수 있다. 자율주행·소프트웨어, 고정밀 지도, 배터리 등이 대표적이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플랫폼(MaaS 플랫폼)과 양자컴퓨터 기술 부문도 협력을 강화해야 할 영역이다.

매일경제

부산신항.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일관계 개선, 수출액 증가로…연간 27억달러
이 외에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수소 산업 등이 양국 간 협력이 가능한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AI 기술은 상호 발전을 위한 데이터 교류 등의 협력 관계 구축이 검토될 수 있다. IoT 분야는 글로벌 표준이 태동단계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협력 관계를 형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한일 기업 간 협력 유형은 ▲한국 기업의 대일본 투자 ▲일본 기업의 대한국 투자 ▲한일 기업 제휴를 통한 제3국 진출 ▲전략적 제휴를 토대로 한 기술 개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휴를 통한 제3국 진출 사례로는 현대중공업과 미쓰비시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양사는 2012년 공동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CJ제일제당과 스미토모 상사는 2013년 베트남에 밀가루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공동 투자를 단행했다.

한일관계 개선은 국내 수출액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수출 구조가 한일관계 악화 이전 수준으로 복원되면 국내 수출액이 연간 26억90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총수출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일관계 악화 이전인 2017~2018년 평균 4.9%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4.5%로 0.4%포인트 축소됐다. 대한상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이 비중이 2017~2018년 수준으로 복원될 경우를 상정해 수출액 증가폭을 추산했다.

“한일 협력으로 신산업 경쟁우위 확보해야”
경영계에서는 한일 경제협력을 발판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미·중 패권 경쟁에 끼인 국내 기업들은 안정적 공급망 구축, 지속가능한 수출시장 확보, 유사 입장국과 협력 강화 등을 추구해야 한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맞아 메모리 반도체에 강점을 갖춘 한국과 소재·장비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 갖춘 일본의 반도체 분야 협업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한일 양국은 1960년대 이후 50년간 기업 간 기술 제휴, 인수·합병(M&A), 고숙련 기술자 교류 등을 통해 서로의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였지만 2019년 관계가 경색되면서 이러한 상호 발전 관계가 상당 부분 축소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추 본부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등 대외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응한다면 신산업 분야의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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