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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코본드 불안감 치솟자…신한 “조기상환한다” 이례적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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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3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제22기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취임식에서 그룹기를 흔들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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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스위스(CS·크레디트스위스)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사태로 국내 은행권의 자금조달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크레디스위스 매각 과정에서 코코본드 전액이 ‘휴지 조각’으로 전락하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다. 독일 도이체방크 같은 글로벌 은행들이 잇따라 불안 심리의 타깃이 되면서 긴장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국내 은행권 중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처음으로 예정돼 있던 코코본드 발행을 포기하기로 했다.

■ 불안 치솟자…신한 “조기상환하겠다” 이례적 발표

신한금융지주는 다음달 13일 기일이 돌아오는 코코본드 1350억원어치의 조기상환(콜옵션 행사)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코코본드를 둘러싼 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조기상환 계획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심리를 달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코코본드처럼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은 영구채 성격을 띠지만 일찍 상환하는 게 관례다. 조기상환 여부에 대한 선택권은 전적으로 발행사에 있지만, 조기상환을 하지 않을 경우 시장이 이를 위기 신호로 인식하는 탓에 선택권이 사실상 제한돼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발행사가 새로 코코본드를 발행해 상환에 필요한 돈을 충당하기 때문에 조기상환을 해도 회사의 자본적정성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문제는 지금처럼 시장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경우 이같은 차환발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크레디스위스 사태 이후로 코코본드의 ‘상각 리스크’는 과거보다 더 부각돼 있는 상황이다. 코코본드는 위기 때 채무가 소멸(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어 통상적인 채권보다 리스크가 훨씬 크다. 이처럼 새로 발행하는 코코본드를 사줄 투자자를 찾는 데 실패하면, 회사는 자본비율 악화를 감수하고 차환발행 없는 조기상환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계획했던 차환발행을 포기하기로 했다. 회사는 “지난 1월 4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선제적으로 발행해 추가 조달 없이도 조기상환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 5년 전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해가며 차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은 2021년 말 16.20%에서 지난해 말 16.13%로 소폭 악화했다. 다만 그룹에 적용되는 규제 기준인 11.5%를 넉넉하게 웃돌고 있다.

■ 국내은행 괜찮다지만…CS에 도이체까지 불안 확산

글로벌 은행 시스템을 둘러싼 불안 심리가 국내 은행권의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특히 도이체방크 사태로 인해 긴장 태세가 장기화할 조짐도 보인다. 도이체방크는 크레디스위스 사태 이후 불안 심리의 타깃이 되면서 주식과 채권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시장이 평가한 회사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시디에스(CDS) 프리미엄도 급등했다. 이에 도이체방크는 지난 24일(현지시각)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 계획을 밝히는 등 투자자 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건전성이 양호한 은행들마저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5일 도이체방크 사태에 대해 “근본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들의 자본 적정성이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돌고, 국내 규정상 코코본드의 상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해도 투자 심리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외화 채권의 경우 더욱 우려가 높다. 금융당국 집계를 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은행권의 코코본드 발행 잔액(외화채권 포함)은 31조5천억원이다. 이 중에서 신한금융지주가 오는 8월 5억달러어치의 조기상환 기일을 앞두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제까지 코코본드에 발행사의 기본신용도보다 두 단계 정도 더 낮은 등급을 부여해왔다. 이 경우에도 시중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는 대부분 AA-등급으로 높은 편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국내 코코본드를 다룬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금융지주사의 신종자본증권 관련 손실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향후 한국과 각국 감독기관들의 정책 및 의사결정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경우 등급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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