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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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논리 또한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본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터다.
정부는 2019년 4월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에서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1심 결과를 뒤집은 이례적인 승소였다.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3년 원전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되자 후쿠시마 주변 8개 지역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했다. 1심에 해당하는 WTO 분쟁해결기구는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일본산 식품에 차별적이며, 필요 이상으로 무역 제한적”인 조치라고 했다. 당시 일본은 8개 현 수산물의 방사능 농도와 한국 수산물의 방사능 농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해 승소했다.
최종심격인 WTO 상소기구는 ‘일본 바다의 환경과 한국 바다의 환경이 다르다’는 한국의 논리를 받아들여 결과를 뒤집었다. 당장 후쿠시마 수산물이 안전하지 않아서 한국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오염수 유출 사고로 인해 일본의 바다 환경이 위험해졌기 때문에 수입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인용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된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 현재 오염수는 약 130만t이 보관돼 있다. 일본 정부는 탱크의 저장 용량이 거의 다 찼다며 이르면 올해 4월부터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쿄전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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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WTO 승소 결정이 항구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기호 국제통상 변호사는 26일 “한국의 수입규제 조치는 WTO 협정에 따른 잠정조치”라며 “(한국은) 합리적 기간 안에 잠정조치를 유지할지를 분석하고 평가해 정식 조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잠정조치를 뒷받침할 정식 분석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기에다 방류 전 오염수 처리의 적절성을 조사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염수 방류에도 바다가 안전하다고 평가한다면 수입규제의 주요 논거가 흔들릴 수 있다. 바다 생태의 위험이 통제되고 있다는 일본의 논리가 인정되면 바다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며 수입을 제한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면 수산물 수입 규제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장 캠페이너는 “오염수 130만 톤 이상이 30년간 방류되는 것을 용인하면 ‘한국도 안전하다고 인정했으니까 수산물도 문제 없겠네’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수산물 규제가 마치 다른 문제처럼 다뤄지면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의 위험성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김영희 탈핵변호사모임 대표는 “후쿠시마현 인근 바다는 방사성핵종도 더 다양하고 방사능 오염도 더 심할 수 있어서 해당 지역의 수산물이 훨씬 위험하다”고 했다.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 해역 오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오염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자료를 요구하고 불확실한 위험에 대응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며 “현재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오염 정도에 대한 자료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기 위해서도 일본의 오염이 정확히 어떤 위험을 갖는지를 파악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일본이 중요한 자료를 주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근거를 갖고 있어야 위험을 사전에 막겠다는 잠정 조치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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