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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아직 중국이 못 따라와”…일감 꽉 들어찬 현대중 울산조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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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8년만에 언론 공개

수주잔량 155척…조선업 호황에 활기 되찾아

길이 300m 초대형 LNG선, 연료 15% 절감


한겨레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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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조선소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올라 둘러보니, 대형 선박들과 곧 선박 모양을 갖출 육중한 블록들이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조선소 부지에 가득 차 있다. 국내 1위 조선회사 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는 2015년 이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수년째 이어진 불황 탓에 빈 공간이 많은 조선소를 보여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조선소 문은 더욱 굳게 닫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조선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현대중공업은 이날 8년만에 언론에 조선소 내부를 공개했다.

버스를 타고 조선소에 들어서자 다양한 모양의 거대 선박 블록이 나타났다. 선박은 레고 블록처럼 작은 블록을 먼저 만들고, 그 블록들을 하나씩 붙여가며 배 모양을 만들어 나간다. 이어 나타난 ‘도크’ 안에서는 대형 선박들이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도크는 조선소 부지보다 낮춰, 물을 채울 수 있도록 만든 작업 공간이다. 최종 단계의 블록들을 골리앗 크레인으로 도크에 넣어 선박 모양을 완성한다. 선체가 완성되면 수문을 열어 물을 채운 뒤 토크에서 빼낸다. 안내를 맡은 이영덕 현대중공업 상무는 “현재 수주잔량이 155척인데, 조선소에서는 총 47척이 건조되고 있다. 이 중 24척은 선박의 모습을 갖췄고, 나머지는 아직 블록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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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안벽에 붙어 의장 작업이 진행 중인 선박들. 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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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총 수주잔량의 34.2%에 해당하는 53척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서 천연가스 공급 대란이 일어나며 엘엔지 운반선 수요가 급증해 국내 조선소에 수주가 몰렸다. 선박 건조 가격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과거 유럽연합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반대하며 “엘엔지 운반선 시장의 독점이 우려된다”고 밝힐 정도로 국내 엘엔지 운반선 건조기술은 압도적이다.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엘엔지 운반선에 승선하기 위해 조선소 ‘안벽’으로 향했다. 안벽은 조선소 내부 부두로, 선박 내부의 전기·통신 장비 설치, 선실 내부공간 배치 등 마무리 작업에 해당하는 ‘의장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도크에서 완성된 선체를 물에 띄운 뒤 안벽에 붙여 로프로 고정하고 의장 작업을 진행한다. 현대중공업 안벽 길이는 총 7.6㎞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의장 작업이 가능한 모든 안벽에 선박이 붙어있다. 의장 작업이 마무리돼 선주사에 인도되면 바로 다음 선박을 붙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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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언론에 공개된 초대형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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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할 엘엔지 운반선 가까이 다가서니 한눈에 선박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선박의 길이·넓이·높이는 각각 300m·46.4m·35.5m다. 높이가 아파트 14층과 같다. 17만4천㎥급으로, 우리나라 하루 소비량에 해당하는 엘엔지를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다. 17만4천㎥급은, 가로·세로·높이 1㎥의 정육면체 17만4천개 부피에 해당하는 엘엔지를 실을 수 있다는 의미다.

승강기를 타고 선박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안벽에 주차해둔 자동차들이 장난감처럼 작아 보였다. 이 선박 건조 책임자 이만수 책임매니저는 “디젤과 엘엔지를 번갈아 사용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주는 3만 마력의 이중연료 엔진 두 개가 탑재된 초대형 엘엔지 운반선으로, 오는 6월 선주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임매니저는 연료 효율을 이 선박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선박 연료비는 보통 하루당 1억원에 달한다”며 “이 선박은 현대중공업의 첨단 기술을 적용해 다른 선박 대비 연료 사용량을 10∼15%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점차 엄격해지는 친환경 관련 국제 규범에 발맞춰 적절한 기술을 잘 개발해놨다. 중국 조선소가 아직 우리를 따라오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울산/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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