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970년대 히트를 쳤던 ‘우량아 선발대회’의 주관 스폰서로서 분유하면 이 기업을 떠올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머리가 좋아진다는 천연 DHA를 함유한 우유를 생산하고 천재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딴 우유를 출시해 대박을 쳤던 이 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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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이 회사에게 붙는 닉네임은 과거의 영광과는 사뭇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적어도 20·30대에겐 회사명을 들으면 부정적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 기업은 바로 국내 3대 우유기업 중 하나인 남양유업입니다.
이미지 타격, 실적 악화로 직결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경쟁사에 대한 비방 댓글, ‘불가리스 파동’ 등으로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었습니다.
불가리스 파동이 뭐냐고요? 지난 2021년 남양유업이 자사가 제조하는 대표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내부 연구소 결과물을 공식 발표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획기적인 소식에 남양유업의 주가는 연일 상종가를 쳤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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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일로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남영유업엔 이내 비난 여론과 함께 불매 운동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결국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대국민 사과 후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모든 경영권을 내려놓고 회사를 매각하겠단 입장을 밝혔었죠.
오너가 3세들의 ‘마약’ 관련 이슈도 이미지 회복을 노리던 남양유업에겐 치명타였습니다.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황하나 씨가 필로폰 상습 투약으로 물의를 빚은 뒤, 손자까지 대마를 피운 것을 넘어 유력인사 자제에게 공급한 혐의로 법정에 서고 있다는 점은 가뜩이나 떨어진 남양유업에 대한 이미지를 더 실추시키는 계기가 됐죠.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황하나 씨.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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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들이 겹겹이 쌓인 여파로 실적마저 좋지 못한 것이 남양유업의 씁쓸한 현실입니다. 2010년대 이후 매년 기록해온 남양유업의 매출 1조원 선은 지난 2020년(9489억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해엔 77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6년 만에 적자 전환이란 쓴잔을 마시기도 했죠.
이후 남양유업은 좀처럼 매출 1조원 벽을 쉽사리 넘지 못하고 있는데요.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 등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2심 승기 잡은 한앤코…불확실성 제거 기대에 주가 ↑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실적이 좋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최근 1년 사이 남양유업의 주가는 수상한 상승 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종가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주가는 무려 42.01%나 올랐습니다.
한때 81만원 선을 넘겼던 남양유업 주가가 급격히 빠진 후 보합세를 보이다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작년 9월입니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주가 흐름의 배경엔 남양유업과 남양유업을 인수하려는 한앤컴퍼니(한앤코) 간의 경영권 분쟁이 깔려있단 분석을 내놓습니다.
앞서 남양유업은 2021년 5월 한앤컴퍼니(한앤코)와 홍 회장 등 남양유업 오너일가 지분 전체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를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홍 회장 측은 ▷주식매매 계약에서 외식사업부 매각을 제외하는 것 ▷오너일가에 대한 예우 등에 관한 확약은 계약의 선행조건임에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한 점 등을 주장하며 계약해지를 통보했죠. 이에 한앤코는 주식매매 계약이 이미 확정됐으므로 이에 따라 홍 회장 등은 남양유업의 등기임원으로 한앤코가 지명한 후보를 선임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반박하며 법정 공방으로 번진 바 있습니다.
최근 1년간 남양유업 주가. [한국거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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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판결이 나온 지금까지 결과는 한앤코의 '완승'입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경영권 분쟁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향성이 있다”면서 “한앤코가 잇따라 승리를 거두며 경영 공백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업계에서 장기간 쌓아온 명성과 역사를 고려하면 홍 회장 일가와 관련된 ‘오너 리스크’만 제거하면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며 “이런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연이은 패배에도 홍 회장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2일 대법원에서 결판을 보겠다며 상고장을 제출했기 때문이죠.
31일, 남양유업 운명의 ‘표대결’ 예고 이런 남양유업 주가엔 또 하나의 큰 변수가 생겼습니다. 남양유업 주주들은 물론 투자업계의 시선은 모두 오는 31일로 예정된 잠양유업 주주총회로 향해 있는 상황인데요. 바로 주주제안을 한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와 남양유업 경영진 간에 한판 표대결이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남양유업 지분 3%를 가지고 있는 차파트너스의 요구는 우선주를 액면 분할하고, 일반주주 지분 50%를 주당 82만원에 공개매수해 자사주로 사달라는 겁니다. 82만원이란 가격은 한앤코가 남양유업 지분을 인수할 때 매긴 가격입니다.
차파트너스가 행동에 나서며 내세운 명분은 경영 공백 장기화로 인해 남양유업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있고, 자사주 매입을 통해 소액주주에게도 투자 회수의 권리를 주자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1916억원이란 비용은 순현금자산이 풍부하고 부동산 자산까지 많은 남양유업에겐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죠.
하지만, 남양유업 경영진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고 반발 중입니다. 매년 7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발생하는 회사에게 가능하지 않은 조건이란 것이죠. 남양유업 측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선 “회사의 경영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눈앞에 단기적 이익에만 치중한다. 행동주의펀드들이 주가가 오르자마자 팔고 떠나는 ‘먹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날을 바짝 세우기도 했습니다.
남양유업 대표 제품들. [남양유업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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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파트너스가 감사후보로 지배구조 전문가를 추천한 것은 홍 회장 측은 물론 인수를 추진 중인 한앤코의 셈법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차파트너스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인수하더라도 경영 견제에 나서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기 때문이죠.
증권업계에선 현재 상황에선 공개매수안은 부결, 감사 선임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감사 선임에서만큼은 대주주 지분이 3%로 제한되기 때문이죠.
1주도 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홍 회장과 한앤코가 차파트너스와 접촉해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고차방정식이 돼 버린 남양유업의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 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인지 ‘공개 매수=주가 상승’이란 공식도 남양유업엔 잘 통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 7일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이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오히려 6.07% 떨어졌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다음주 금요일(31일) 주주총회까지 남양유업 주가엔 불확실성이 가득하다”며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 일부가 주식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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