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닐 라얀 몰로코 CBO. /몰로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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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인터넷에 공개된 지식을 긁어모아 논리적으로 특정 문장 뒤에 나올 법한 적합한 문장을 찾아낸다. 몰로코의 인공지능(AI)은 온라인 이용자가 언제, 얼마나 오래 특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했는지 이용 행태를 분석, 다음으로 클릭할 확률이 높은 광고가 무엇이 될지 논리적으로 예측한다.
수닐 라얀 몰로코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지난달 조선비즈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몰로코를 ‘디지털 광고업계의 챗GPT’로 성장시키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도 마드라스대를 졸업한 그는 구글에서 7년 넘게 모바일 앱 광고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와 게이밍 클라우드 솔루션 매니징 디렉터로 일했다. 이후 디즈니플러스가 인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에서 사장 겸 책임자로 활동했다. 화려한 경력의 그가 선택한 다음 직장은 실리콘밸리의 한인 애드테크(광고와 기술의 합성어) 유니콘 몰로코다.
몰로코는 유튜브 초기 머신러닝 엔지니어 출신인 안익진 대표가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용자가 쓰는 앱의 종류, 사용 시간, 사용 위치, 사용 기기 등의 정보를 AI 기술로 수집·분석해 기업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몰로코는 2021년 미국 유명 벤처투자사인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의 시리즈C 투자를 받고 1000억원이 넘는 순매출을 올리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도어대시, 스냅, GS리테일, 컴투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기업가치가 약 2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얀 CBO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한 광고 분석 AI를 개발하고 있는 몰로코의 기술력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그는 “최고의 머신러닝 기술을 갖춘 구글에서 일해본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매일 4000억 건의 광고 요청 사항을 처리하는 구글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몰로코가 스냅챗, 트위터, 핀터레스트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양의 광고 데이터를 소화하며 AI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라고 했다.
구글처럼 플랫폼 내 데이터가 없는 몰로코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 머신러닝 기술을 발전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라얀 CBO는 “우리는 테크업체가 수집하는 오픈 인터넷 데이터는 물론이고 그 외 ‘맥락 데이터(contextual data)’를 많이 수집해 기술을 정교하게 발전시켰다”라고 설명했다. 맥락 데이터란 이용자가 특정 앱을 사용하는 시간과 날짜, 장소, 앱에서 본 광고 등을 뜻한다.
수닐 라얀 몰로코 CBO./조선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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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력이 짧은 한인 스타트업이 틈새 데이터를 적극 수집, AI를 무서운 속도로 정교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 성별 등 개인정보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던 테크기업들과 달리 이용자가 사용하는 앱, 앱을 사용하는 시간, 위치, 기기 등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정보를 활용하기에 사생활 침해 이슈로부터 자유롭다는 평가다.
마치 챗GPT에게 이용자가 질문을 하듯이 몰로코의 고객사는 몰로코에 ‘우리 상품을 가장 구입할 확률이 높은 고객에게 광고를 집행하고 싶다. 누구에게 할까’라고 질문할 수 있다. 이때 몰로코의 AI는 ‘특정 요일, 특정 시간대, 몇 가지 앱을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종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광고를 집행한다면 당신의 광고를 클릭할 확률이 높다’라는 식으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
라얀 CBO는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챗GPT와 몰로코의 AI는 모두 동일하게 트랜스포머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라며 “몰로코는 3년 넘게 트랜스포머 모델을 사용해왔으며 누구보다도 광고 분야에서만큼은 이를 고도화했다고 자부한다”라고 했다. 트랜스포머는 구글이 개발한 인공 신경망으로 문장 속 단어 등 주요 부분을 분석해 맥락과 의미를 학습하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BERT 역시 이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몰로코의 일부 AI 기술이 챗GPT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나타냈다. 라얀 CBO는 “챗GPT의 경우 틀린 대답을 내놓아도 이용자가 여기에 대한 피드백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라며 “그러나 몰로코의 경우 우리 AI의 예측이 틀렸을 때 아주 직관적인 피드백을 받게 된다. 바로 그 광고를 이용자가 보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명확한 이용자 반응을 기반으로 AI의 정확도를 계속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발전시켜 몰로코가 공략하고자 하는 주력 시장은 어디일까. 라얀 CBO는 이제 막 광고 구독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한 OTT 시장을 타깃으로 꼽았다. 라얀 CBO는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에 몸담았던 시절 광고 집행 방식을 디즈니가 고민하던 것을 경험하면서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트리밍 시장에서 직접 일해본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이 시장은 아직 퍼포먼스 광고가 아닌 브랜드 광고 정도에 머물러 있으며, 개인화된 광고를 제대로 집행해본 경험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만이 스트리밍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 업체를 제외하고서라도 각 국가엔 최소 4~5개의 토종 OTT 업체가 존재할텐데 이들은 자사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광고 사업을 집행할 만큼의 여력이 없을 것이며 이들이 몰로코의 고객사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소연 기자(soso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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