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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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에서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갑질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잇따르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경비원들이 용역업체와 관리소장, 입주민 등 여러 주체의 지시를 받고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노동자 권리구제 상담은 2021년 428건에서 지난해 1004건으로 134.5%(576건) 증가했다. 2021년 10월부터 일명 '경비원 갑질 방지법'(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이들을 향한 갑질은 오히려 늘었다.
경비원들의 수난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8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70대 경비원을 폭행하고 숨지게 해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2020년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故) 최희석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해 입주민은 2021년 대법원에서 징역 5년 실형이 확정됐다.
경비원을 향한 갑질이 멈추지 않는 이유로는 '다중 사용자 구조'가 꼽힌다. 경비원들과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가 법률상 경비원의 사용자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용역업체뿐 아니라 아파트 관리소장과 입주민 등에게 모두 업무 지시를 받는다. 법적으로는 관리소장이나 입주민에게 업무 지시나 갑질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A아파트에서도 경비원들은 위탁 경비업체 소속이고 갑질 당사자로 지목된 관리소장은 다른 위탁 업체에 속해있다. 관리소장은 경비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해왔지만 계약상 사용자·상급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등의 법적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
이와 관련, 임득균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동료들의 증언이 있어도 관리소장의 책임을 묻는 건 쉽지 않다"며 "노동 관련 법률에서 법적 책임을 지는 건 경비원과 계약한 용역 회사"라고 말했다.
경비원의 사용자가 사실상 여럿이다 보니 경비원들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여러 사용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A아파트의 경비원은 "가끔 입주민들이 '경비원 자고 있다', '경비초소에 없다' 이런 내용으로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다고 들었다"며 "민원이 생기면 경비원들은 관리사무소 측에 또 혼나니 입주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0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아파트 경비원들이 관리소장의 갑질 처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70대 경비원이 관리책임자의 갑질을 호소하며 숨진 채 발견됐다. 2023.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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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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