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라인 가정용 드론 택배 상상도. 대형 드론이 주택 상공에서 줄로 상품을 담은 배송 로봇을 내려 보낸다./Zipl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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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분야에서 드론 택배를 개척한 선구자가 가정용 택배 시장을 공략할 신기술을 개발했다. 택배 드론에 라스트마일(last mile·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최종 배송구간)을 담당할 꼬마 로봇을 장착한 것이다.
미국 드론 택배 업체인 집라인(Zipline)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기존 택배 드론이 주택 상공에 도착해서 상품을 탑재한 배송 로봇을 줄로 내리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가정 상공에서 택배 로봇 줄로 내려
집라인은 지난 2016년부터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수혈용 혈액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상용 드론 택배였다. 고정형 날개를 가진 집라인의 드론은 2㎏의 혈액 상자를 싣고 날아가 병원 근처에서 낙하산에 매달아 떨어뜨린다. 지방 병원에서 혈액이 떨어지면 수도의 혈액센터까지 다녀오느라 자동차로 서너 시간이 걸렸다. 드론은 이 시간을 15분으로 줄였다.
의료 택배에서 관록을 쌓은 집라인이지만 가정용 택배 시장에 바로 진출하기는 어렵다. 주택에는 낙하산을 매단 택배 상자를 떨어뜨릴 넓은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상품도 훨씬 다양해 포장 방법도 통일하기 어렵다. 집라인은 배송 로봇을 줄로 내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집라인은 르완다의 폴 카가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P2라는 새로운 드론 택배 시스템을 선보였다. 헬리콥터처럼 수평 회전 날개를 가진 택배 드론은 시속 112㎞로 가정까지 날아간 다음, 수십m 상공에서 정지 비행을 하면서 줄로 배송 로봇을 내려보낸다.
배송 로봇은 자체 추력기와 이미지 센서를 갖추고 있어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다. 로봇은 앞마당의 테이블 위에 내려 상품을 부릴 수 있다. 드론이 배송 센터 외벽의 충전기에 매달린 상태에서 배송 로봇이 전용 출입구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배송할 물건을 탑재할 수 있다. 배송 로봇이 전달할 수 있는 상품 무게는 2.5~3.5㎏이다,
집라인은 주택 상공에서 줄로 상품을 담은 배송 로봇을 내려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드론이 배송 센터 외벽의 충전기에 결합하면 배송 로봇이 전용 출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 상품을 탑재한다./Zipline |
집라인은 주택 상공에서 줄로 상품을 담은 배송 로봇을 내려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드론이 배송 센터 외벽의 충전기에 결합하면 배송 로봇이 전용 출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 상품을 탑재한다./Zipl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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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라인은 올여름에 1만 번 이상 가정 택배 시험을 거쳐 상용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의료기관과 유기농 샐러드 체인점인 스위트그린(Sweetgreen), 르완다 정부가 첫 고객이 된다. 회사는 기존 드론인 P1도 계속 택배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기간 드론 택배 급증
드론 택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진가를 발휘했다. 각국이 드론을 이용해 방역에 나서고 격리된 가정과 병원에 물품을 전달했다.
지난 2020년 11월 아프리카 가나 보건부는 드론을 이용해 코로나 환자의 검체를 시험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가나는 그 전해부터 백신 같은 의약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확산하자 진단 시료까지 배송 품목에 포함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저장성 신창현의 병원에서 환자 시료를 담은 드론이 이륙해 3㎞ 떨어진 질병통제센터로 날아갔다. 육로를 이용하면 20분 걸릴 배송 시간은 단 6분으로 줄었다
집라인은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의료 드론 택배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드론은 먼저 의약품 배송에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 문제를 차단할 수 있다. 비응급 환자들이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일을 막을 수 있고,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집라인은 의료 드론 택배의 선구자이다. 2016년부터 가나에서 수술용 혈액을 드론으로 배송하고 있다./Zipl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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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은 코로나로 격리된 주민에게 생활용품도 배송했다. 구글 모(母)기업 알파벳은 2019년 10월부터 자(子)회사인 윙을 통해 버지니아주에서 드론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주민들이 집 안에 갇히면서 휴지와 약품에서 커피, 쿠키까지 다양한 생활용품 등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일이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올 하반기 첫 드론 택배가 제주도~가파도 구간에서 시작된다. 일부 기업이 몇몇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드론 배송을 한 적은 있었지만, 정부가 예산을 들여 상업용 드론 택배 항로를 만들고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택배사들이 물량을 제주도 운진항 인근 드론 이착륙장에 쌓아 놓으면, 민간 업체의 드론들이 이를 가파도까지 배송하게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가파도의 드론 택배가 자리 잡으면 상황이 비슷한 다른 섬 지역 100여 곳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30분쯤, 고객이 주문한 물건이 드론에 실려 공중을 통해 이동해 고객에게 배송되는 모습./정재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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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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