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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모스크바 간 시진핑 “요동치는 세계서 러와 함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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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국빈방문…오늘 공식 회담

조선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제2공항에 도착해 러시아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시진핑이 이달 초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그는 도착 후 연설에서 “요동치고 변화하는 세계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공식 회담을 가진다./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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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에 도착, 사흘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달 초 열린 양회(兩會)에서 국가주석 3연임을 시작한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한 것이다. 시진핑은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1년 넘게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해 중국의 위상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에 맞서기 위해 중·러 연대를 강화할 전망이다. 시진핑은 이날 오후 브누코보 제2공항 도착 후 서면 연설에서 ”중·러의 정치적 상호 신뢰는 끊임없이 깊어졌다”면서 “요동치고 변화하는 세계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대에 중·러의 전략적·실질적 협력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겠다”고 했다.

푸틴은 지난해 12월 중·러 화상 정상회담에서 “전 세계에 러·중 연대의 공고함을 보여줄 것”이라며 시진핑을 자국으로 초청했다.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은 8번째이며,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두 정상은 지난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과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 등 작년에만 세 차례 만나며 우의를 과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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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궁에 따르면 시진핑과 푸틴은 20일 비공식 회동과 만찬을 갖고, 21일 대표단이 배석하는 공식 회담을 한다. 또 두 정상은 양국 관계 강화 협정에 서명하고, 2030년까지 경제협력에 관한 공동선언을 할 것이라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시진핑은 이번 러시아 방문 일정 동안 ‘중국 모델’로 우크라이나 중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20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게재한 기고에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와 함께 자신이 발표한 글로벌 발전·안전·문명 3종 이니셔티브를 언급하며 “세계와 시대, 역사의 변화 앞에 중국 방안을 제공하게 됐다”고 했다. 또 지난달 24일 발표한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언급하며 “모든 당사자가 실용적인 대화와 협상을 고수한다면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의 합리적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의 방러를 “세계 발전과 진보에 기여하기 위한 평화의 방문”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10일 중국이 중동의 오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중재해 외교 관계를 복원시킨 데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도 종식시켜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푸틴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 제재를 받아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진핑을 모스크바로 초청하는 데 성공했다. 시진핑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미국을 비롯한 서방 사회에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다. 그는 20일 자 중국 인민일보 기고에서 “위기 해결에 건설적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환영한다”며 “냉전 시대의 정치·군사적 연합보다 높이 역사상 최고점에 도달한 양국은 급류 속 바위처럼 어깨를 맞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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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연대 위해… 푸틴 만난 시진핑 -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비공식 회동을 앞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진핑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이달 초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열린 환영 연설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많은 공통의 관심사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21일 공식 회담을 갖는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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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크라이나) 평화 프로세스의 미래는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하려는 의지에 달렸다”고 했다.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추가 합병한 4주(州)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라는 의미로 사실상 휴전 협상의 전제 조건을 내건 것이다.

두 정상은 이번 기고에서 미국의 압박에 대해 공동전선을 강화할 뜻도 밝혔다. 푸틴은 “서방 집단은 끊임없이 상실하는 지배적 지위에 절망적으로 집착하고 있다”며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이중 억제’ 정책을 채택하고, 미국 지령에 굴복하지 않는 모든 나라를 억누르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서방이 국제적 주도권과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촉발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불법적 독자 제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번 전쟁의 책임을 떠넘겼다.

시진핑은 “오늘날 세계는 ‘백 년의 대변국’ 시기에 놓여 있다”며 미국을 겨냥한 듯 “패권과 패도, 괴롭힘의 해악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백 년의 대변국은 주로 미국 등 서방의 쇠퇴와 혼란이 야기한 세계적 위기를 뜻한다.

서방국가들은 시진핑이 러시아에 무기 제공을 합의하거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비밀 협의를 체결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에 전쟁 물자 지원을 적극적으로 바라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최근 ‘중립적 방관자’에서 ‘평화 촉진자’로 역할을 바꿨다”며 “양국은 시진핑 방문 기간에 ‘대미 연합전선 구축’으로 보일 수 있도록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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