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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애플페이 오늘부터 결제… 삼성은 ‘네·카 동맹’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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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를 넘어선 국내 스마트폰 경쟁

조선일보

애플페이 단말기 설치된 매장 - 20일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은 단말기가 놓여있다. 애플은 21일 국내에서 애플페이를 출시한다. 이날부터 아이폰에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한 이용자들은 NFC 결제 단말기가 있는 매장에서 실물 카드 없이도 결제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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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21일 국내에서 대대적인 출시 행사를 갖고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선보인다. 삼성의 텃밭인 한국에서 애플이 야금야금 점유율을 끌어올려 지난해 기준 삼성과 ‘7대3′ 구도를 만들더니 여세를 몰아 애플페이 출시에 나선 것이다. 애플은 애플페이 출시 열흘 뒤인 이달 31일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불과 700m 떨어진 곳에 국내 다섯 번째 매장인 ‘애플 강남’을 열기로 했다. 아이폰에 강력한 페이 기능을 결합해 한국의 젊은 세대를 본격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기습 공격에 삼성은 비상이 걸렸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애플페이 대응 ‘비상 TF(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지난달 말 이례적으로 삼성페이 광고까지 제작해 뿌렸다. 국내 1020세대에서 아이폰 이용자가 삼성 갤럭시폰을 넘어선 상황에서 애플페이가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애플, 한국 시장 뒤늦게 공략… 핵심은 ‘MZ 잡기’

애플이 애플페이를 처음 선보인 것은 2014년이다. 중국, 일본 시장엔 2016년에 출시했지만 한국 진출은 9년 만이다. 애플이 파트너사인 현대카드와 함께 뒤늦게 애플페이를 출시하기로 한 것은 국내 MZ세대를 중심으로 애플 아이폰·노트북PC의 인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갤럽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1829세대의 스마트폰 주 사용 브랜드는 ‘삼성 44%, 애플 52%’로 이미 전세가 역전됐다. 30대도 삼성 53%, 애플 42%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4060세대에선 삼성이 70~80%대 압도적 점유율을 가졌지만, 젊은 층에서 변화 조짐이 무섭게 일고 있다.

조선일보

국내 연령대별 주 사용 스마트폰 브랜드


애플페이 결제에 필요한 NFC(근거리 무선통신) 단말기 국내 보급률은 10% 수준. 하지만 NFC 결제 단말기를 자발적으로 설치해 MZ세대가 선호하는 애플페이 가맹점으로 들어오겠다는 대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초기 가맹점으로 롯데, 현대, CJ, SPC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줄줄이 참여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애플페이를 썼던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한 것”이라며 “중소 가맹점들도 정부 지원금을 받아 점차 NFC 단말기로 교체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말까지 약 700만명의 아이폰 이용자가 기존 간편결제에서 애플페이로 전환할 것”이라며 “꾸준한 아이폰 이용자 확대, 가맹점의 NFC 단말기 설치 가속화에 힘입어 2024년엔 애플페이의 국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이 1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페이를 국내에 들여온 현대카드 역시 MZ세대의 인기를 등에 업고 국내 신용카드 시장을 뒤집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애플과 손잡아 삼성카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애플페이 확산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까지 뒤흔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페이 때문에 아이폰으로 못 넘어간다”는 말이 나왔던 것처럼, 애플페이가 기존 아이폰 이용자를 확실히 붙잡아 두는 것뿐 아니라 기존 삼성 이용자까지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네이버 호환 서비스, 앞당겨… 이르면 금주 출시

삼성은 국내 시장 수성을 위한 대대적인 방어전에 돌입했다. 오프라인에선 ‘긁는 방식’의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만 있으면 거의 100% 결제가 가능하지만 추가로 교통카드, 환전, 비행기 탑승권, 공연 티켓, 자동차 키(key)에 이르기까지 기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2015년 삼성페이 출시 이후 누적 결제액은 현재 219조원에 달한다.

또 온라인 결제에 강한 네이버, 카카오와 손잡고 ‘토종 연합군’도 꾸리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선 스마트폰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하고, 오프라인에선 네이버페이 앱을 실행해도 마치 삼성페이처럼 단말기에 갖다대서 결제할 수 있도록 서로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다. 당초 삼성은 네이버와 상반기 중 호환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이르면 이번주 중 서비스를 조기 출시하기로 일정을 앞당겼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IT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확산하지 못하도록 초기에 기선을 제압하자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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