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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은행위기? 미국을 믿는다"…S&P-나스닥 상승에 2.7억불 베팅[서학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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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서학개미 탑픽]

미국 증시가 은행발 위기로 주춤한 사이 서학개미들은 2주째 1억달러 이상의 순매수를 이어갔다.

특히 이전까지 주로 매수하던 테슬라나 인버스 펀드 등이 아닌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가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대거 순매수한 점이 눈에 띈다.

올초 미국 증시 랠리를 놓쳤던 서학개미들이 향후 은행위기가 크게 번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시장 전반적인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행위기 가운데 상대적인 안정성이 돋보이며 강세를 보인 빅테크주들은 대거 순매도했다. 이는 빅테크주에 대한 비관론이 아니라 단순한 차익 실현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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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14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에서 1억1323만달러를 순매수했다.(결제일 기준 13~17일)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1.6%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0.9% 내려갔다.

이 기간 중 지난 9일에는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으로 자산을 매각해 큰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고 10일에는 SVB가 폐쇄 조치됐다. 이어 12일에는 시그너처 뱅크가 폐쇄됐다.

은행위기가 터졌으나 미국 증시는 별다른 패닉성 매도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직전주에 이어 1억달러 이상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흥미로운 점은 직전주(지난 1~7일)와 순매수 종목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직전주에는 테슬라를 7105만달러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어 전기차업체인 리비안 오토모티브(2425만달러)와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국채 불 3배 ETF(TMF, 2001만달러) 순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하지만 지난 8~14일에는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의 상승에 베팅하는 ETF가 순매수 상위 1~5위 종목을 싹쓸이했다.

순매수 1위는 S&P500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하는 뱅가드 S&P500 ETF(VOO)가 차지했다. VOO는 한 주간 서학개미들의 자금을 1억2755만달러 순유입했다.

1475만달러의 매수 우위로 순매수 5위에 오른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IVV)까지 합하면 S&P500지수의 수익률을 따르는 ETF에 1억423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이다.

VOO와 IVV는 ETF 운용사만 다를 뿐 S&P500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같고 수수료도 0.03%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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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매수 상위 2위와 4위는 나스닥100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따르는 ETF 2개가 각각 차지했다.

인베스코 나스닥100 ETF(QQQM)가 8433만달러의 매수 우위로 2위에 올랐고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QQQ)가 1950만달러의 순매수로 4위에 올랐다. 나스닥100지수 추종 ETF에만 1억373만달러의 자금이 몰린 것이다.

QQQM과 QQQ는 같은 운용사의 나스닥100지수 추종 ETF인데 QQQM이 수수료가 0.15%로 QQQ(0.2%)보다 낮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는 2644만달러의 매수 우위로 순매수 3위를 차지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 10위까지만 따져도 나스닥100지수의 상승에 베팅한 자금만 한 주간 사이에 1억3017만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서학개미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은행주를 과감하게 또는 무모하게 투자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 10일 폐쇄되면서 거래가 정지된 SVB를 1306만달러, SVB에 이어 뱅크런의 타깃이 되며 주가가 폭락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1252만달러 순매수했다.

SVB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지난 9일부터 10일 폐쇄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까지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SVB 사태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폭락한 13~14일에 순매수했다.

장기 국채 가격이 바닥권이라는 인식에 최근 인기를 끌었던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국채 불 3배 ETF(TMF)는 1181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전반적으로 장기 국채 매수세는 직전주에 비해 줄었는데 은행위기를 겪으며 국채수익률이 급락하자 현재 가격에서 장기 국채를 추가 매수하는데 대해 다소 부담감이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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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은 은행위기 가운데 선방하고 있는 기술주들은 대거 매도했다.

엔비디아를 5286만달러 가장 많이 순매도했고 이어 애플을 3307만달러 팔아치웠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말 실적 발표 직후 급등한 뒤 주가가 더 오르지 못하고 주춤한 상태에서 서학개미들이 계속해서 차익 매물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지난 16일 250달러를 돌파하며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1일 투자자의 날 내용에 따라 추가 상승 모멘텀을 받을지 주목된다.

애플은 은행위기 속에서도 150달러를 굳건히 지키며 선방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알파벳 클래스A(1578만달러)와 마이크로소프트(1359만달러), 메타 플랫폼(1158만달러), 아마존(646만달러)도 순매도했다. 하지만 이들 빅테크주들은 은행위기를 겪으며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투자해 AI 열풍의 수혜주로 각광받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급등하며 애플의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또 각각 반도체주와 나스닥100지수가 하락할 때 3배 수익을 얻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를 2516만달러와 1706만달러 순매도하며 기술주에 대한 하락 베팅을 줄였다.

특이한 점은 반도체주 상승시 3배 수익을 얻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도 2890만달러 순매도했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서학개미들의 매수-매도 규모가 가장 많은 가운데 소폭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차익 실현 세력과 추가 상승 베팅 세력간 공방이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테슬라 하락시 수익을 얻는 AXA 테슬라 베어 데일리 ETF(TSLQ)는 689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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