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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시진핑은 ‘푸틴의 전쟁’ 끝낼 수 있나…오늘 비공식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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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5년 9월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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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러시아에 도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다.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벌이는 전쟁과 관련해 둘이 어떤 합의를 이룰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원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군사·경제적 지원을 원하고 있어 양국 간 명쾌한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1시(현지시각) 수행원들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도착 직후 푸틴 대통령과 만나 비공식 오찬을 하며 대화했다. 정식 공식회담과 국빈 만찬은 21일로 예정돼 있다. 시 주석은 이날 도착 직후 한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과 상호 이익이 되는 역내 및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전략적 협력관계 발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세계의 다극화, 국제관계의 민주화도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 러시아 크렘린(대통령실)은 두 사람이 21일 포괄적 동반자 관계 심화와 2030년까지 경제협력 계획에 관한 공동성명 두 건에 서명할 예정이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평가와 군사, 에너지 협력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관심은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에 성공할지 여부다. 시 주석은 모스크바 방문에 앞서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러시아 매체에 실은 기고문에 “이번 러시아 방문은 우정과 협력, 평화의 여정”이라며 평화 행보를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7일 훨씬 분명하게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 방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고, 화해를 권하고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오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협상을 중재해 외교관계 복원이라는 성과를 만든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도 중재해 ‘평화 중재자’로서의 위상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년째를 맞아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문건을 내어 △주권 존중 △전쟁 중단 △평화협상 개시 등 12가지를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중재 시도를 거부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낸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환영한다”며 “러시아는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는 데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4월 평화회담을 중단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다. 평화 프로세스의 미래는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하며 의미 있는 논의에 참여하려는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최고 동맹국이자 최대 경제 교류국인 중국의 중재 행보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평화회담 중단에 대한 책임을 우크라이나와 서방 쪽에 돌리려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을 인정한 상황에서 평화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무기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탄약과 무인기(드론) 등을 지원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은 아직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까지는 나서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국제적인 비판 여론이 크게 일 수 있다. 중국 내 경제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무기 지원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석유, 가스 등 에너지를 수입하고, 생필품을 수출하는 등 경제적 협력 관계는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 의미 있는 합의를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타파하는 데는 보다 분명한 합의가 나올 수 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세계에는 1등 국가와 보편적인 국가 모델, 특정 국가가 결정하는 국제 질서가 존재해선 안 된다”며 “국제 다극화와 경제 글로벌화, 국제관계의 민주화 추세는 거수를 수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기고문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항상 평등하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지역 및 글로벌 안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에 맞선 글로벌 질서 구축을 주장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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