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 관리자의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70대 경비원의 동료들이 20일 관리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 74명은 이날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정문 앞에 모여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을 해임해달라는 우리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반장을 억울한 죽음으로 내몬 관리소장은 유족에게 사죄하고 즉각 물러나라"고 외치며 관리사무소 앞으로 행진했다. 관리소장은 이날 출근했으나 집회 도중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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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후문에는 '직원에게 죽음을, 주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입대의(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관리소장은 즉각 물러나라. 입주민 일동'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새로 걸렸다.
앞서 아파트 입구에 '관리소장과 입대의 회장 갑질로 경비원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 사망했다. 경비원, 미화원 일동'이라고 적힌 추모 현수막이 걸렸으나 입주민들의 항의로 제거된 바 있다.
해당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11년간 일한 박모(74)씨는 지난 14일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동료들에게 전송한 뒤 아파트 9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동료들은 박씨가 숨진 뒤 아파트 관리 책임자의 부당한 처우와 갑질 등을 알리는 내용의 전단을 붙였다. 이들은 "오늘 아침 10여년간 경비원으로 근무해 온 박씨가 부당한 인사 조처와 인격적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했다"며 "법의 보호와 인격을 보장받는 자랑스러운 일터가 되게 해주시길 호소한다"고 밝혔다.
경비원들은 또 구조조정과 3개월짜리 초단기계약 등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고도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관리소 위탁업체가 바뀐 이후 이곳 경비원 13명이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퇴사했다.
박씨가 숨진 뒤 6명이 부당한 업무 지시와 고용 불안을 이유로 사직서를 냈으며 약 10명이 퇴직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박씨의 동료를 불러 평소 관리책임자가 박씨를 상대로 무리한 업무 지시를 내렸는지 등 자세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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