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에서 러시아군이 개최한 저격수 선발 시험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사격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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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2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에 소총과 방탄복 및 드론 부품을 수출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6일(현지시간) 자체적으로 입수한 무역·세관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6월부터 12월 사이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 측에 소총과 드론 부품, 방탄복 등을 수출했다”며 “중국이 러시아 기업에 소총과 방탄복을 보낸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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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M-16 모방소총, 러시아로 흘러가
중국 최대국영 방위산업체인 중국병기공업그룹(NORINCO, 노린코)가 만든 CQ-A 소총의 한 종류. 사진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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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코에 따르면 중국 최대국영 방위산업체인 중국병기공업그룹(NORINCO·노린코)은 지난해 6월 러시아 정부 및 군과 거래하는 러시아 군수기업 테흐크림에 소총을 수출했다. 수출된 소총은 미국의 M-16을 모방해 노린코가 만든 CQ-A다. 폴리티코는 “노린코와 테흐크림의 수출 거래 당시 세관 자료에는 CQ-A가 ‘민간용 사냥 소총’으로 기재됐다”며 “하지만 CQ-A는 중국의 무장경찰을 비롯해 필리핀, 남수단, 파라과이 등에서 군용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때 주로 사용한 드론 관련 부품도 중국에서 러시아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세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들은 지난해 후반 중국산 드론 부품을 담은 화물 12개와 12t이 넘는 중국산 방탄복을 지난해 말 튀르키예를 경유해 수입했다. 중국의 드론 업체 DJI(大疆創新·다좡창신)도 지난해 11∼12월에 배터리와 카메라 등 드론 관련 부품을 아랍에미리트(UAE)를 경유해 러시아 유통업체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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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용도품목, 판매 경로 추적 어려워”
이 같은 거래는 ‘이중용도품목’이라 가능했다. 상업용과 군사용으로 모두 활용될 수 있는 제품을 수출함으로써 중국이 러시아에 사실상 군사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폴리티코는 “서방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는 마이크로칩에서 최루 가스에 이르까지 군사 관련 품목을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이나 일부 중동 국가에서 물품 수입을 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이중용도품목이 민간 목적이 아닌 군사적 목적으로 쓰이는 지를 추적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격추된 중국제 상업용 드론 무진-5. 사진 CNN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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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비록 관세 자료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러시아에 대량의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중국이 이전에 보고되지 않은 이중용도품목을 러시아 회사들에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며 “이 장비들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10일 도네츠크주에서 격추한 드론은 러시아군 진영에서 발사됐으며, 해당 제품은 중국 푸젠성에 있는 한 기업이 만든 민간용 드론인 ‘무진-5’로 드러났다고 16일 보도했다.
폴리티코의 보도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중국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살상용 무기와 장비를 지원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중국이 이를 실행한다면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연일 경고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중용도물품은 서방의 경고에도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서방은 중국에서 러시아로 유입되는 이중용도품목 선적 데이터를 파악해 이러한 지원 흐름을 막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중국은 이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며 어느 쪽에도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폴리티코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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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푸틴 만나기 전 러·우크라 중재 시도
지난해 2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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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 외교부는 17일 “시진핑 주석이 20~22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며 “중국은 모든 당사자가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절제된 자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평화회담을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할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동시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화상 회담을 하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협상 중재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까지 서방은 중국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지만,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대화한다면 평화 중재자로서의 중국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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